[ 안혜원 기자 ] 재고 소진 시까지 50% 할인.
지난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재고떨이를 위해 반값 할인 행사를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등에서도 파격적인 할인을 진행했다.
'엄청난 판매 돌풍을 일으키지 않았을까'하는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구찌의 판매 실적은 크게 하락했다. 국내 면세점 판매량은 20% 가까이 급감했다.
이유는 잦은 할인 탓이었다. 할인 이후 '구찌는 제값주고 사기엔 아까운 브랜드'라는 인식을 줬다. 최근에는 홈쇼핑 방송채널에서 판매될 정도로 희소성이 떨어졌다.
최대 17%, 1200만원까지 할인. 수입차 업계도 지금 '바겐세일' 중이다.
"E클래스는 현재 재고가 별로 없습니다. 할인이 큰 폭으로 진행중이라 하루에도 금방 몇 대씩 나갑니다. 망설이지 말고 오늘 중이라도 방문하시죠."(메르세데스벤츠 영업사원)
지난 15일 서울 소재 한 벤츠 판매점에 구매 상담 전화를 해봤다. 구매를 독려하는 영업사원은 1000만원 단위의 세일가를 내세우며 달콤한 할인 유혹을 했다.
벤츠코리아는 연초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E클래스는 최대 17%, 1200만원대의 가격 할인이 적용돼 판매 중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올 6월 신형 교체가 예정돼있어 기존 모델을 할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인 덕분에 판매량은 크게 올랐다. 1~2월 벤츠 E클래스 판매량은 313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899대) 대비 8.2% 늘었다. 덕분에 벤츠의 1~2월 판매량(8085대)도 9% 가까이 치솟았다. 수입차 상위 5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벤츠가 할인을 앞세워 판매량을 대폭 늘리자 연초부터 판매 감소로 고심하던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도 할인 대열에 뛰어들었다.
1~2월 전체 판매량(5326대)이 전년 동기(6012대) 대비 11.4% 줄어든 BMW는 지난달부터 5시리즈를 최대 1200만원까지 할인 중이다. 5시리즈는 벤츠 E클래스의 경쟁모델로, E클래스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1~2월 5시리즈의 판매 대수는 1593대로 전년 동기(1753대) 대비 9.1% 감소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BMW는 지난해 900대 가량의 근소한 차이로 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량 1위에 올랐지만 올해는 벤츠에 크게 밀렸다"며 "결국 경쟁 차종 할인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우디 또한 1~2월 판매량은 2884대로 전년(5996대) 대비 51.9% 폭락했다. 이에 이달부터 A6 모델에 대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수입차 개소세 환급 논란 등으로 독일 수입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자 주요 업체들이 파격적인 조건의 할인 카드를 또 다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독일계 수입차의 잦은 할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수입차는 제 값 주고 사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아예 수입차 업체들이 프로모션을 염두에 두고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입차 구입을 고려중인 30대 회사원 박모씨는 "수입차의 신모델이 나오면 바로 구매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들을 한다"며 "어차피 출시 후 조금만 지나도 큰 폭의 할인을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찌는 할인 당시 "명품 브랜드가 실적 부담에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제 값주고 사기엔 아까운 브랜드'이라는 인식을 줬고, 그 사이 구찌에게 할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90여 년간 쌓아온 명품 이미지가 최근 몇 년 사이 희석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 값주고 사기엔 아깝다"라는 말이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 다음 수순으로는 할인 정책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수입차 업계가 당장의 달콤한 할인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어느새 연중 할인을 지속해야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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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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