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타운'시범단지 운영
제철소 부산물로 나온 수소 전기로 만들어 주택에 공급
일본 정부·기업 전폭 지원 속에 세계 최고 수소 인프라 구축
야스카와전기의 '로봇마을'
장애인의 보행 지원 등 간호로봇 상용화 특구로 지정
일본 인공지능 로봇시장도 급성장
[ 기타큐슈=서정환 기자 ] 일본 남부 규슈의 관문인 기타큐슈시. 일본 최초의 제철소 건립 등 철강, 화학,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미) 도시’가 수소, 로봇 등 최첨단 미래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기타큐슈시는 2011년부터 4년간 세계 최초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타운 시범단지를 운영했고, 이르면 내년 2차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간호로봇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도 성장전략의 하나로 수소 사회 실현과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타큐슈시 수소산업의 메카로
기타큐슈시는 2011~2014년 4년간 신일 ?야하타제철소 인근에 수소타운 시범단지를 운영했다. 제철소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1.2㎞ 거리의 인근 지역에 끌어와 연료전지로 주택단지,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에 전기를 공급했다. 지난 17일 수소타운에 들어서자 단지 내 대형 수소 저장탱크가 눈에 들어왔다. 시에서 운영하는 환경박물관, 단독주택 등 건물 주변에는 수소를 전기로 바꾸는 연료전지가 여러 개 딸려 있었다.
기타큐슈시가 ‘수소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은 건 일본 정부와 기업의 지원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규슈대는 300여명의 연구원이 축구장 면적의 두 배를 웃도는 1만5000㎡를 수소 상용화 연구 공간으로 쓰고 있다. 도요타 등 수소연료전기차 관련 업체들은 연간 10억~20억엔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기타큐슈시가 있는 후쿠오카현은 수소연료전기차의 연료인 수소를 공급하는 수소스테이션(충전소)이 20여곳으로, 나고야와 도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보다 26% 줄이기로 하면서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통하는 수소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수소연료전기차 시장이 커지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시장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높은 수소 제조·공급 비용과 안전성은 상용화의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기타하시 겐지 기타큐슈시장(사진)은 “도요타의 수소연료전기차 미라이 가격(700만엔)이 5년 만에 1억엔에서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며 “일본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5~10년 뒤에는 수소 제조·공급도 경제성을 갖추면서 ‘수소 사회’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2035년 10조엔 로봇시장
수소타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야스카와전기 본사에는 로봇마을 미래관이 있다. 지난해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야스카와전기가 세운 로봇전시장이다. 9초 만에 여섯 개 로봇이 소형 장난감 차를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춤추는 로봇,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로봇 등이 눈길을 끌었다. 고깔 모양의 컵에 아이스크림을 담기 위해 로봇이 팔을 둥글게 흔드는 모습은 아이스크림가게 종업원을 떠올리게 했다.
주력은 여전히 산업형 로봇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현대자동차 차량 생산라인에도 들어가 있다. 야스카와전기는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이어 2015회계연도 3분기까지 매출(3064억엔), 영업이익(272억엔)에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5년에는 매출 1조엔, 영업이익 1000억엔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야시다 아유미 야스카와전기 홍보PR 부장은 “사람을 대신해 물건을 생산하는 로봇화는 중국 등 신흥국에서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로봇화는 인건비 상승과 제품 품질 안정을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야스카와전기는 서비스분야에서도 장애인 보행을 지원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기타큐슈시 간호시설에서 실증실험을 마치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AI) 로봇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소프트뱅크가 출시한 로봇 페퍼는 대당 19만8000엔의 고가에도 이달까지 1만대가량이 팔렸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로봇시장은 지난해 1조5990억엔(추산)에서 2035년에는 9조7080억엔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수소스테이션 2025년 네 배로
아베 정부는 미래 성장산업을 위해 과감한 지원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수소 기술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도 수소타운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16일 ‘수소·연료전지 전략협의회’에선 수소스테이션을 2025년까지 현재의 네 배인 3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 100곳을 목표로 했지만 건설과 운영비 부담으로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소스테이션 건설비는 곳당 4억~5억엔으로 주유소(1억엔 전후)보다 다섯 배가량 비싸다. 설비 저비용화를 위해 기술개발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용자가 직접 수소를 넣을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아베노믹스는 성장 전략의 하나로 로봇산업을 꼽고 있다. 2014년 6월 로봇혁명실현회의를 구성하고 로봇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기타큐슈시를 간호로봇 상용화를 위한 전략특구로 지정했다. 하야시다 부장은 “의료 규제 완화나 건강보험 지원 등 국가와 협력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기타큐슈=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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