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아닌 잠재력으로 선발
한샘·일양, 두 달동안 65명 채용
"잘하는 일에 집중해 경험 쌓고 자신의 재능, 어디서든 펼쳐라"
[ 안재광 기자 ] “입사 전 서류전형에서만 70번 떨어졌는데 온리원 채용박람회를 통해 비로소 원하는 곳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우체국 6층 청년희망재단 본부 대강당. 청년희망재단(회장 황철주)이 마련한 ‘청년 희망 콘서트’에 참여한 300여명의 취업준비생의 시선이 김봉철 씨(25)에게 쏠렸다. 그는 올해 초 청년희망재단의 ‘온리원 채용박람회’를 통해 일양약품 입사에 성공했다. 온리원 채용박람회는 서류전형 없이 면접만으로 채용절차를 밟는 프로그램이다. 우수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스펙’이 낮다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탈락하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희망재단이 마련했다. 한샘과 일양약품은 재단과 손잡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65명을 서류전형 없이 채용했다. 재단은 연말까지 강소기업, 중견기업 위주로 신청을 받아 연간 500명의 청년을 취업시킨다는 목표다.
‘청년! 희망콘서트-내일을 잡자’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재단의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사업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 대다수가 사전 신청한 20~30대 청년이었다. 재단의 도움으로 취업에 성공한 청년과 취업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휴학생 이수정 씨(23)는 “관광 통역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며 “3개월 교육과정과 3개월 인턴과정이 끝나면 프리랜서로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관광 통역사가 되기 위해선 외국어 능력보다 한국의 문화를 알리겠다는 열정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에서 관광학 및 중국어를 전공 중인 이씨는 재단의 ‘청년관광통역안내사 양성과정’에 참여 중이다.
청년 창업가의 조언도 이어졌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안드로메다를 최근 창업한 민재명 씨(28)는 “청년 때 남들이 시키는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자신이 뭘 잘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일들을 하면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주도적으로 경험을 쌓고 잘하는 일에 보다 집중한다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취업을 응원하기 위해 온 가수들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가수 알리는 축하공연이 끝난 뒤 “노래하는 재능을 아끼지 않고 어디서든 펼쳤다. 객원 보컬 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다”며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재지 않고 필요로 하는 곳에 달려 ?게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청년희망재단은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조성된 펀드를 기반으로 청년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금만으로 136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무역상사나 중견기업의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할 청년을 지원하는 ‘청년 글로벌 보부상 사업’, 인문·사회·예체능 전공 청년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게임기획자 양성’ 등의 사업을 올해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 홍익대 인근 등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토크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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