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왜 세계적인 은행이 나오지 않는가?’ 외부 인사들과 만났을 때 많이 받는 질문이다. 금융인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
그동안 수출 주도의 제조업이 국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다. 선진국 문턱에서 이제 서비스업이 바통을 이어야 한다. 저금리, 저수익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금융업은 국가 발전뿐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제조업과 달리 은행업은 글로벌 진출에 여러 제약이 있다. 제조업은 투자 개념으로 해외에서 환영받는다. 반면 라이선스 산업인 은행은 자국 금융 보호 목적으로 많은 규제가 따른다. 진입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아 현지 당국과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 어렵게 진출해도 언어와 문화 차이에 따른 걸림돌이 많다.
다행히 최근 한국 은행들이 동남아시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사업에서 모범 경영 사례를 발굴하고, 현지에 창조적으로 접목해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키워야 한다. 또 현지 기업 및 시민의 일원으로서 소비자뿐 아니라 사회, 정부 등 이해당사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 추진을 위해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임직원도 생각의 한계를 국내에 두지 말고 글로벌 마인드와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방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청운의 꿈’을 가지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서울로 가서 뜻을 펼치라”는 의미였다. 은행장이 된 지금, 나 또한 직원들에게 청운의 꿈을 강조한다. 무대가 서울에서 글로벌로 바뀌었을 뿐, 어릴 때 내가 품은 꿈의 무게와 다르지 않다.
해방 이후 선배들은 ‘콩글리시’를 하면서도 생존을 위해 세계 시장에 도전했다. 지금의 한국이 있기까지 독일의 간호사, 베트남 파병 군인, 중동의 건설 근로자, 수출전선을 누빈 무역상의 피와 땀방울이 있었음을 잊지 말자. 요즘 젊은 금융인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꿈과 야망을 품고 세계를 향해 힘차게 도전하길 바란다. 그 꿈과 도전의 크기가 클수록 이 땅에 ‘월드클래스 뱅크’가 탄생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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