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장수 임원' 많은 까닭은

입력 2016-03-21 18:16  

유상호 사장은 10년째…임원 절반, 5년 이상 자리지켜

증권가 '1년살이' 넘쳐나는데
유상호 사장, 증권업계 최연소 CEO서 최장수 CEO로
임원 70%가 3년 이상 한자리에

김남구 부회장의 '인재 경영'
임원 임기는 1년이지만 길게 보고 능력·성과 평가
투명·공정한 인사로 동기 부여…"빽으로 들어온 사람은 나뿐"



[ 윤정현 기자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로 10년째 ‘수장’을 맡고 있다.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유 사장뿐 아니라 이 회사 임원의 절반 이상이 5년 넘게 재임 중이다. 하루 단위로 성과가 산출되고 프로젝트 ‘한 건’으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오너 경영자로서 장기 성과를 중시하고 전문성을 우선시하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이 나온다.

3개 그룹장 임원된 지 6년 지나

김 부회장이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메리츠증권으로 옮겨간 유 사장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동원증권으로 영입한 것은 2002년이다. 유 사장은 2007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유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47세로 업계 ‘최연소 CEO’였던 유 사장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어느덧 ‘최장수 CEO’가 됐다.

‘장수 임원’의 비중도 증권업계에서 최고다. 전체 임원(26명)의 절반(13명)이 ‘별’을 단 지 5년이 넘었다. 3년 넘게 자리를 지킨 임원으로 확대하면 그 비중은 73%에 달한다. 3개 그룹장 및 주요 본부장은 모두 임원이 된 지 6년이 지났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의 합병 등과 같은 부침 속에서도 주요 임원의 근속연수는 20년이 훌쩍 넘는다. 27년째 근속하고 있는 정일문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과 문진호 HNW본부 총괄(전무)은 동원증권, 박원옥 WM본부장(전무)은 한국투자신탁 출신이다. 영입 임원인 임춘수 GIS그룹장(부사장)과 김성환 IB그룹장(전무)도 한국투자증권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기간만 각각 7년, 9년에 이른다.

증권뿐 아니라 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의 김주원 사장, 이강행 부사장과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박래신 사장, 이채원 부사장 등도 근무기간이 30년 안팎이다.

“믿고 맡기니 잘하고, 잘하니 오래간다”

김 부회장이 2000년대 중반 업계 10위권에 머물던 회사를 5년여 만에 순이익 1위 회사로 올려놓는 과정에서 몸소 체험한 인재의 중요성이 지금 같은 인사시스템의 기반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에서 ‘빽’으로 들어온 사람은 김남구뿐”이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한다. 조직 내 투명한 인사와 공정한 성과 보상 시스템에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대주주인 김 부회장을 포함해 모든 임원의 임기는 1년이다. 매년 재신임을 받고 다시 계약한다. 임기를 최소화해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성과에 대해서는 길게 보고 판단한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을 최고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도 임원들이 장수하는 비결로 꼽힌다.

2~3년 전 증권업황 악화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인력을 줄이고 경쟁적으로 지점을 없앨 때도 김 부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았다. 신입사원 공개채용 규모도 매년 70~90명을 유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때 직접 면접담당자로도 참석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승진 연한이 긴 편이어서 인사 적체도 없다”며 “믿고 맡기니 잘하고, 잘하니 오래가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은 유 사장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유 사장은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사람마다 낼 수 있는 부가가치가 천차만별”이라며 “최고의 회사는 최고의 인재가 모여 최고의 성과를 내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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