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회에 다시 '낙하산'?

입력 2016-03-22 17:48   수정 2016-03-24 18:47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전무에 금융당국 출신 내정

은행연합회에도 1명 내정…1년여 만에 약속 어겨



[ 류시훈 기자 ]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2인자인 전무이사 자리에 현직 금융위원회 간부와 전 금융감독원 국장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사고 이후 “금융협회에 관료 출신을 보내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금융당국이 1년여 만에 약속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석인 생보협회 전무에 송재근 금융위 과장이, 손보협회 전무엔 서경환 전 금감원 국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송 과장은 감사담당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보험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KB손해사정 상근고문을 맡고 있는 서 전 국장은 옛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금감원에서 광주지원장, 분쟁조정국장 등을 지냈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몸담았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관에 3년간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취업제한 규정’에 걸려도 재취업이 가능하다. 금융협회는 취업심사 대상 기관이어서 두 사람은 심사를 통과瞞?한다.

각 금융협회는 세월호 사고 이후 낙하산 관행을 폐지한다는 금융위 방침에 따라 부회장직을 없애고 전무직을 설치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협회에 관료나 금감원 출신이 낙하산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내부에서 알아서 자리를 채우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이후 내부 출신을 전무로 승진시키려 했지만 협회에 대한 검사·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실행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금융위와 금감원이 두 협회 전무 자리를 비워두고 시간을 끌다가 내부 출신을 한 명씩 보내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협회장들이 민간 출신이다 보니 정책입안 및 집행과 관련된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감독당국 출신을 필요로 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은 전국은행연합회 전무로 내정됐다. 지난달 열린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에서 한 차례 보류 결정을 받은 그는 오는 25일 재심사 절차를 밟는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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