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해외건설사, 중동 상대 ISD 소송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입력 2016-03-22 17:57  

법조계, 해외건설·투자 리스크 관리 조언

상대국 정책변경 등으로 피해 받은 경우 ISD 가능
건설·에너지서 분쟁 많아

기업들 "ISD 땐 관계 악화…사업철수 각오한 마지막 수단"

법조계 "방식·시점이 중요…분쟁 겪는 기업들 준비를"



[ 고윤상 / 이상엽 기자 ]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최근 “예산 절감을 위해 아직 공사금 지급을 완료하지 않은 공공계약 금액을 최소 5% 이상 깎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공사대금이 깎일 수 있고, 사우디 정부를 상대로 ISD(investor state dispute: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를 제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SD는 투자유치국이 투자 당시 약속한 금융지원 불이행이나 부당한 정책 변경 등 국제법 위반으로 투자자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준 경우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대부분은 세계은행 산하 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진행한다. 법조계는 “ISD 소송을 적극적으로 제기할 때”라고 조언했다.


◆법조계, “타이밍 놓치지 말아야”

법무법인 세종이 지난 17일 ‘해외건설 리스크관리와 ISD’란 주제로 연 세미나에 국내 주요 건설·중공업·에너지업계 관계자가 대거 몰렸다. 세종 관계자는 “해외 건설 관련 기업 중 상당수가 세미나 전후로 ISD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웅식 세종 변호사는 “건설업은 장기간 복잡한 과정이 필요해 분쟁이 필연적”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은 기업의 적극적인 제소를 주문했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는 “ISD에서 패소한 국가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100% 가깝게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로펌 휴스허버드앤드리드의 알렉산더 야노스 변호사는 “ISD를 당하면 ICSID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모두 공개돼 국가 입장에선 쉽게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받지 못해 고립된 섬이 되고자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정하늘 세종 미국변호사는 “ISD는 소송 제기 방식과 시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칫 소송을 걸고 싶어도 못 거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분쟁을 겪는 기업들은 ‘지금이 ISD를 제기해야 할 때’란 생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들 “ISD는 최후의 수단”

국내 기업이 투자유치국에 ISD를 제기하려면 한국과 해당국이 체결한 투자협정(BIT)에 ISD 조항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한국은 100여개 국가와 투자협정(FTA 포함)을 체결해 사실상 세계 국가를 상대로 ISD 제소를 할 수 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안성주택사업이 각각 오만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아랍에미리트 국제석유투자회사 네덜란드 법인인 하노칼 BV로부터 ISD를 당해 각각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업 입장에선 제소하는 게 간단하지 않다. ISD는 재판 기간이 평균 3년을 넘어 다른 분쟁해결 방식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 또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해당국과 관계가 틀어질 위험이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당국에 잘못 보이면 그곳에서 하는 다른 사업까지 잘못될 수 있다”며 “해당국의 반응을 이끌어내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ICSID에 제소된 ISD 중 36%는 판결까지 가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로 끝났다. 리비아에서 대형 발전소 사업을 진행하다 내전 문제로 철수한 국내 A건설사는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려는 터키 기업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ISD를 제기하게 된다면 ISD에 적극적인 다른 투자자와 병합해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먼저 나서면 분쟁 내용이 공개돼 기업 입장에서도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윤상/이상엽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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