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박길배)는 디지텍시스템스 측에 250억여원의 대출을 해주고 2000여만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산업은행 본점 이모 팀장을 지난 18일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디지템시스템스에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등 700억원대 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10억여원을 챙긴 혐의(알선수재 등)로 최모씨(51) 등 브로커 세 명을 이달 초 구속했다.
디지텍시스템스는 2012년 스마트폰용 터치스크린패널 생산 국내 1위를 기록한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같은 해 기업사냥꾼에 의해 무자본 인수된 뒤 횡령과 주가조작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듬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은 650억원을 이 업체에 대출했다. 무역보험공사도 이 무렵 50억원을 지급보증했다.
2014년 초 디지텍시스템스 경영진의 횡령 혐의를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최모씨 등 기업사냥꾼들은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2012년 2월 디지텍시스템스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들은 회사 재무를 담당했던 남모 이사(41)와 공모해 500억원의 회삿돈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 최씨는 이 돈으로 기업 인수에 동원된 사채를 갚았다.
서울남부지검은 남 이사 등이 횡령으로 악화된 회사의 현금흐름을 어떻게 메웠는지에 주목했다. 남 이사는 2012년 말 한 투자자문사 대표인 최모씨(51) 등 브로커들을 찾았다. 브로커 최씨는 남 이사로부터 4억5000여만원을 받고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00억원, 국민은행으로부터 280억원의 대출을 알선해줬다. 다른 브로커 곽모씨(41)는 무역보험공사의 50억원어치 지급보증서 발급을 알선해주는 대가로 3억여원을 받았다. 이모씨(43)도 농협은행의 50억원 대출을 알선해주고 2억7000만원을 챙겼다.
검찰 조사에서 브로커들은 “디지텍시스템스가 금품로비를 통해 은행 대출과 보증서 발급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텍시스템스를 둘러싼 대출사기 의혹은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2014년 금융감독원 검사에서는 씨티은행이 위조된 삼성전자 매출채권을 받고 1700만달러(약 180억원)를 대출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씨티은행 임원 4명은 지난해 1월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디지텍시스템스는 은행 대출에도 2013년부터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돼 2014년 2월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지난해 1월에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검찰은 브로커들이 받은 자금이 은행 대출 담당자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오형주/김일규/정소람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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