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음악과 힙합이 섞인 소울(soul)풍의 공연에 매료된 젊은이들이 객석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3층 건물 한 복판을 헐어 만든 무대는 각 층 어디에서도 볼 수 있도록 설계됐고, 3층 난간에 기댄 젊은이들은 흑인 리드보컬의 목소리에 빠졌들었다.
이날 공연은 삼성전자가 한 달전 문을 연 뉴욕 837 마케팅센터에서 매주 기획하는 문화프로그램중 하나다. 837은 마케팅센터의 주소로 7번가 83번지라는 뜻이다. 시작 한 달만에 젊은 뉴요커들이 챙겨서 보는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온라인으로 선착순 신청을 하면 누구든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인근의 뉴욕대(NYU)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 관광객들까지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오는 25일 예고한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와의 대화’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제임스는 이날 삼성의 가상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26일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맨해튼의 또 다른 명소 ‘하이라인 파크’를 달리는 조깅 이벤트가 열린다.
지난달에는 80여명의 뉴요커들이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인 ‘기어S2’를 손목에 차고 5마일(약 8km)를 달렸다. 삼성은 조깅이 끝난 뒤 기어S2에 기록된 데이타를 토대로 운동량을 분석하고 심장박동과 혈압 등을 체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도 건물 한 가운데 55인치 LED 디스플레이 96개로 구성된 비디오 월(wall)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맨해튼의 젊은 영화광들은 이날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시상식을 즐겼다.
삼성전자가 이런 형태의 문화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신제품을 체험하는 전시장 중심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미국식 문화를 삼성의 첨단 기기를 통해 즐기도록 컨셉트를 잡은 것이다. 지난달 문을 연 이 곳을 찾는 방문객 숫자는 평일에는 하루 평균 1000여명. 주말에는 2000여명이 넘게 몰린다.
어린이는 물론 젊은 남녀들의 인기를 끄는 곳은 단연 증강현실 체험코너다. 삼성의 기어VR을 착용하고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좌석에 앉아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코너다. 주말에는 30분 넘게 기다려야 탈 수 있다.‘쥬라기 공원’과 같은 3D 영상과 윈드서핑 등 스포츠 가상체험 콘텐츠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카네기홀 공연기획팀이 방문해 삼성전자 837센터를 활용한 공동 이벤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 공연은 물론 라디오, TV프로그램 제작까지 가능한 방송시스템을 갖춰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837 마케팅 센터를 구체화하고 마케팅 전략을 입안한 인물은 북미법인 최고 마케팅책임자(CMO)인 마크 매튜. 유니레버와 펩시 등 글로벌 소비재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물로 삼성이 2015년 북미지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하드웨어만 잘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현지 문화에 녹여드는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시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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