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산업혁명은 왜 중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나

입력 2016-03-24 18:03  

대분기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 외 옮김/ 에코리브르
/ 686쪽/ 3만8000원



[ 송태형 기자 ] 18세기 후반 영국을 시작으로 서유럽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은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19세기에 서유럽은 토머스 맬서스가 지적한 인구·환경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근대 경제 체제를 확립했다.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역사학·경제사학자들은 서유럽과 그 밖의 지역, 특히 동아시아와 경제발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가 언제부터 어떤 요인으로 시작됐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여 왔다. 논제를 단순화하면 ‘왜 중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했을까’다. 이와 관련해 학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저술 중 하나가 케네스 포메란츠가 2000년 발표한 《대분기》다.

최근 번역·출간된 이 책에서 포메란츠는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연관성을 강조하는 ‘상호 비교’의 접근법으로 근대 경제 세계의 형성 과정을 탐구한다. 그는 18세기 영국, 네덜란드, 인도 구자라트, 중국 양쯔강 삼각주 지역 등 가장 발전한 지역의 사회·경제적 발전 지표를 비교하며 서유럽이 다른 ‘핵심(core) 지역’보다 우위에 있지 않았음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 1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장과 제도, 소유권, 문화 등에서 유럽의 내재적인 우위와 장점을 찾는 서구 학계의 전통 이론들을 반박한다.

포메란츠에 따르면 18세기 영국과 중국 양쯔강 삼각주 지역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세계”였다. 인구밀도, 기대수명, 생활 수준, 소비 방식, 농업의 상업화, 가내 수공업 발전 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 등으로 산림자원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토지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는 ‘생태적 곤경(ecological impasse)’에 처한 것도 비슷했다.

두 지역의 ‘대분기’는 여기서 비롯됐다. 영국은 석탄과 식민지 자원이라는 ‘두 가지 축복’으로 생태적 제약을 극복했다. 영국은 중국보다 지질학적으로 석탄을 쉽게 채굴할 수 있었고 탄광이 소비중심지와 가까웠다. 석탄은 증기기관을 낳고 면방직산업의 발전을 불러왔다. 식민지는 영국에 값싼 농업 원료와 식량을 공급하고 생산품의 판로를 제공했다. 영국은 자본집약도를 높여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반면 중국은 높은 노동집약도에 의존해야 하는 경제적 퇴화 과정을 밟았다.

저자는 다양한 이론과 방면에 대한 재검토와 논증을 통해 논지를 전개한다. 생태적 제약이라는 맬서스적 요소에 주목하고, 식민지 자원을 통한 난관 극복에 맞춰 대분기를 설명한 그의 저술은 세계적으로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세계화 진전으로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이 논의되는 요즘 앞선 ‘대분기’의 다양한 측면을 설파한 이 책의 내용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학술적인 서술과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 독자가 쉽게 소화하기에는 버거울 듯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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