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기자 칼럼] 고졸 채용박람회의 '아우성'

입력 2016-03-27 18:54  

박기호 선임기자·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


[ 박기호 기자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난주 열린 ‘2016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콘서트’는 말 그대로 성황이었다.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행사에 참여한 기업의 부스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고교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자녀 취업을 돕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부모들도 상당했다.

현장에서 채용을 진행한 우리은행 국민은행 효성ITX 등 43개 기업 부스에서는 줄서기 경쟁도 치열했다. 참가 업체의 한 인사담당자는 “고교생들의 함성으로 이틀 내내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며 “고졸인재 잡콘서트가 취업을 희망하는 고교생과 채용을 원하는 기업 사이에 가교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고구마’ 반 ‘사이다’ 반

행사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3학년 초에 잡콘서트 면접을 준비하면 설사 채용되지 않더라도 향후 취업 준비 때 유리하다”, “해외 취업이나 일·학습 병행제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인생 선배들로부터 직장생활의 생생한 지혜를 배웠다”… ?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 실업계 3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은 “사이다라고 생각하고 1시간30분을 기다렸다 입장했는데 막상 둘러 보니 고구마”라고 했다. 취업난 걱정을 뻥 뚫어줄 사이다를 기대했는데 고구마를 먹은 듯이 취업은 여전히 답답하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내년 행사에서는 더 좋은 일자리, 더 많은 취업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양질의 일자리는 좋은 기업들이 많아야 가능하다. 우리 경제가 쑥쑥 성장한다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발목이 잡혀 고성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황이 좋을 때 일자리를 쏟아내며 지역 경제와 한국 경제를 견인한 조선업종은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전자 자동차 화학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표심을 의식해서 한켠에 밀어 놨던 기업 구조조정을 총선 이후 본격화하면 일자리는 줄어들 게 뻔하다.

젊은층의 ‘아우성’ 들어야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 구조조정 한파까지 예고되면서 정치권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여당이 추진해 온 경제 관련 입법은 한 발짝도 나아갈 조짐이 없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고 중소기업 생산 활동을 돕자는 취지에서 추진돼 온 파견법 등 노동개혁 법안은 논의조차 원천 봉쇄된 상태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노동 생산성 제고는 기업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기성세대와 청년층이 일자리를 나눠 갖는 효과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이 최근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지향점으로 고용 안정을 꼽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물가·저성장 시대를 맞아 물가당국까지 고용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법제화를 통한 선제적 상황 대처를 주도해야 할 정치권은 무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총선의 계절 여야는 ‘공천 논쟁’을 통해 많은 불편을 강요한 터다. 경제 관련 법안이나 노동개혁 법안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말이다.

킨텍스에 울려 퍼진 고교생들의 함성이 아우성이었음을 깨닫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오랜 시간 ‘고구마 정치’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기호 선임기자·좋은일터연구소장 kh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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