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구원투수' 나선 산업은행] 회사채 연내 4.6조 상환 대기…조선·건설·철강 등 109개 기업 '혜택'

입력 2016-03-27 18:59   수정 2016-03-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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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A급 회사채 매입 지원 왜

올들어 A급債 투자 기피 더 심해지자
산업銀 통해 시장 경색 해소 나서
"실적·업황 회복 안되면 구조조정만 지연"



[ 하헌형 기자 ]
정부가 신용등급 A급 기업의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급은 ‘AAA’부터 ‘BBB-’까지 총 10개의 투자적격등급 중 상위 5~7위에 해당한다. 평소엔 큰 문제가 없지만 시장에 신용경색이 심해지면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는 ‘경계선상의 등급’이다. 조선 건설 등 실적 부진을 겪는 수주산업 업종과 실적 하락세가 시작된 일부 제조업종이 몰려 있다.

우량·非우량 사이에 낀 A급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A급 회사채는 총 1조1830억원어치(공모 발행 기준)가 발행됐다. 같은 기간 우량 회사채로 꼽히는 AA급과 AAA급 회사채가 각각 3조7100억원어치, 2조5800억원어치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은 “지난해 7월 당시 ‘A0’ 등급을 받던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한 이후 투자자 사이에서 A급 회사채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이라며 “그 여파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시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투자자 모집에 실패한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LS전선(신용등급 A+) SKC(A0) 한화케미칼(A0) 등 올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15개 기업 중 5곳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신규 회사채 발행을 포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여천NCC(이상 A+) 대우건설(A0) 등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차환(만기가 된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새 채권을 발행)을 포기하고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했다.

이에 비해 대표적인 비우량 채권이자 A급보다 신용등급이 1~3단계 낮은 ‘BBB+’ 회사채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일드펀드(BBB+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 덕분에 나오는 족족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A급 회사채가 BBB급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은 심각한 시장 왜곡”이라고 말했다.

실적 회복이 관건

회사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A급 기업의 자금난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업황·실적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A급 회사채 투자를 기피해온 것은 이 등급군에 건설 조선 철강 등 ‘취약 업종’ 기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건설회사 중에서는 포스코건설 대림산업(A+) 대우건설 GS건설(A0) 등이, 조선회사 중에서는 현대중공업(A+) 삼성중공업(A+) 현대미포조선(A0)이 A급을 받고 있다. 대부분 최근 2~3년간 해외 사업장 부실에 따른 ‘실적 쇼크’로 신용등급이 급격히 떨어진 곳이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하락세가 단기간에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회사는 이들 업종에 대한 올해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출절벽’에 직면한 수주업종 기업의 실적 개선이 지연되면서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섣부른 지원이 해당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기업들의 실적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는 것은 결국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만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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