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의원 많아야 '당심' 장악…대선 경선에서 절대적 유리
경선 방식 바뀌지 않는 한 '막장 싸움' 계속될 듯
[ 홍영식 기자 ]
각 당의 4·13 총선 공천은 내년 대선 경선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치열한 계파 싸움이 벌어진 것은 내년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얘기다.
계파 의원을 얼마나 더 공천하느냐는 곧 대선 경선 승부를 가르는 변수다. 대선 후보 경선 때 지지할 동지를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어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벌어진 것이다. 각 당의 대선 경선은 국민 여론과 당원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심(黨心) 확보를 위해 총선에서 계파 의원 수를 늘리는 것은 필수적이다. 경선 방식을 고치지 않는 한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막장 드라마식’ 계파 싸움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상향식 공천을 주장한 것은 비박(비박근혜)계가 우위를 점한 현 의석체제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상향식 공천을 하게 되면 지역구 사정을 잘 아는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보다 유리하 募?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에 맞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략 공천을 통해 유승민계를 비롯한 비박 의원들의 대거 물갈이 공천에 나서면서 내홍을 겪었다.
새누리당의 친박 대 비박 싸움은 10년 전부터 대선과 총선 때마다 되풀이됐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친박과 친이(친이명박)는 2006년부터 BBK 사건 등을 두고 맞붙었다.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국민 여론조사에서 밀렸지만 당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총선 공천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총선 땐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주도하면서 쉽게 대선후보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득권 타파를 내세우며 친노(친노무현)계를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켜 갈등이 빚어졌다. 김 대표가 당 정체성 문제를 들고나와 대선 길목에서 양측 간 대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대선전에 직접 나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4일 “정체성 논쟁은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것”이라며 “확장을 위해 진보, 민주화운동 세력, 시민운동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26일 “내가 문재인 대리인 비슷하게 (왔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운동권을 안 받아들인다고 한 적이 없고, 운동권적 사고방식으로 당을 운영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좀 착각한 것 같다”고 맞받았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때 민심에서 앞선 손학규 후보는 당심에서 앞선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정 후보가 2004년 총선에서 당 의장을 맡아 공천을 주도하면서 우군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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