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은행의 중급 회사채 매입, 구조조정 지연시킬 수도

입력 2016-03-28 17:38   수정 2016-03-29 09:26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용등급 싱글 A급(A+, A0, A-) 기업의 회사채 일부를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의 ‘회사채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 상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별도의 심사기준으로 지원 대상 기업을 선정, 회사채 발행 총액의 20~30%를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검토하게 된 것은 싱글 A급 회사채 투자기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싱글 A는 투자적격 등급 중 중간 정도로 평소엔 자금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경색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경계선상 등급에 해당한다. 올 들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15개 싱글 A 기업 중 3분의 1인 5곳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못 채웠다. 싱글 A보다 등급이 낮은 BBB+는 하이일드펀드 편입으로 나름대로 수요가 있는 반면 싱글 A는 더블 A 이상과 B등급 사이에 끼여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매입은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에 해당한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국채 매입은 아니지만 일종의 양적 완화로도 볼 수 있다. 수출이나 주문 감소로 애를 먹고 있는 건설 조선 철강 등 주력업종 대표기업 중 싱글 A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견 수긍할 측면이 없지 않다. 연내 상환이 닥쳐오는 싱글 A급 상장 채권만 4조625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우인터내셔널, GS건설처럼 회사채 차환발행을 포기하고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정부 지원이 바람직한지는 좀 생각해볼 문제다. 자금시장에 당장 급한 불은 끌지 모르지만 기업 내지는 경제 전체의 구조조정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지원대상 기업 선정과 지원 금액 결정 등에 객관성을 기하기 어려워 각종 잡음과 불만이 쏟아져나올 가능성도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기도 하다. 회사채 매입 문제는 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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