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M&A 사기' 표적된 한국 기업

입력 2016-03-28 17:56  

좋은 매물 소개해 준다던 왕족 중개인 알고보니…

착수금만 노린 브로커 '활개'…현지 정부 M&A 승인 깐깐해
한국 기업, 중개인 고용 늘지만
계약서 조작·유령법인 소개 등 사기행각 많아 주의해야

동남아 진출 경쟁의 부작용
MOU 체결·전략적 제휴 등 해외 진출 성과내기 급급한
한국 기업 심리 악용해



[ 김태호 / 안대규 기자 ] 국내 모 금융지주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현지 국영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MOU 체결을 위해 출국 일정을 잡아둔 경영진들은 다른 은행과 전략적 제휴만 맺고 돌아와야 했다. 은행권에선 이 금융지주사가 믿을 만한 투자은행(IB)이나 회계법인 등을 통하지 않고 동남아시아 현지 중개인(브로커)에게만 의존하다가 일을 그르친 것으로 보고 있다.

M&A 서두르는 심리 악용

한국 기업들의 동남아 국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에서 인수할 만한 기업을 소개해주고 정부 당국에 로비를 하는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인수합병(M&A) 자문서비스 시장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데다 까다로운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브로커의 ‘몸값’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M&A 착수금을 노린 ‘사기꾼’이거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얼치기’여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견기업 A사는 지난해 베트남의 한 제조업체를 인수하려다 포기했다. 약 6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둔 상태에서 브로커가 소개해준 대주주가 이미 지분을 다른 업체에 몰래 넘겼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브로커와 지분을 매도한 대주주가 서로 짜고 사기를 친 것”이라며 “계약을 체결했다면 큰 손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중견기업 B사 대표도 최근 인도네시아 회사 인수를 위한 MOU 체결식에 참석했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브로커가 MOU 관련 서류를 매각자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한 것을 포착하면서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한 IB전문가는 “‘MOU 체결’ ‘전략적 제휴’ 등을 서두르는 한국 기업들의 심리를 악용해 막판에 서류를 조작하는 사례도 많다”고 전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초고층 빌딩 ‘랜드마크72’도 매각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사례다. 랜드마크72 대주주인 경남기업은 매각주관사 담당자였던 반모씨로부터 “좋은 투자처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반씨는 카타르투자청 명의의 허위 계약서를 경남기업에 제시했고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경남기업은 반씨를 상대로 착수금 약 7억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고위관료, 은행장까지 브로커 활동

최근 한국 금융회사들도 현지 브로커의 ‘먹잇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 지역 금융회사 인수 경쟁에 나서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지 브로커들이 매달 제안하는 금융사 매물만 2~3건에 달할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 금융회사 M&A에선 당국의 최종 승인이 쉽게 나지 않는 점도 브로커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하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신한은행도 CNB은행을 인수하기까지 5년 가까이 걸렸다.

브로커 대다수는 ‘현지 대통령의 숨겨놓은 아들’ ‘왕족’ ‘전직 고위관료’ ‘은행장’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확인되지도 않은 M&A 매물을 들고 다니거나 당국 승인을 내주겠다고 부추긴다.

최근 M&A 검토를 위해 동남아를 방문한 국내 한 기업인은 ‘총리의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한 브로커를 만나면서 현지 경찰 사이드카와 순찰차의 호위를 받는 등 ‘국빈 대접’을 받았다. 그가 그 나라에선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이면 현지 도로를 통제하면서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뒤였다.

김태호/안대규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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