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도 사람 얼굴 알아본다

입력 2016-03-29 14:41  


(박근태 IT과학부 기자) 집에서 기르는 개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동물이다. 고양이에겐 자신의 주인 목소리를 구별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거의 없는 남극에 사는 새들은 어떨까.

최근 남극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이 남극에 사는 갈색도둑갈매기도 사람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세계 과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갈색도둑갈매기는 남극해 일대에 사는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는 몸집이 큰 새다.

새가 사람을 알아본다는 결과가 최근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 가까이 살면서 적응해온 까마귀나 비둘기 등 몇몇 새에 국한된다. 북극과 남극처럼 인간 활동이 비교적 최근 시작된 지역에 사는 새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대로 나온 게 없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과 서울대, 인하대 연구진은 세종과학기지가 자리 잡은 남극 킹조지섬에 사는 야생 조류의 생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 사람들이 갈색도둑갈매기 둥지에 접근하자 어미새들이 날카롭게 울면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것이다. 어미새들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더 거칠게 반응했다.

연구진은 ‘갈색도둑갈매기가 사람 얼굴을 알아본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제 그런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둥지를 자주 찾은 연구자와 둥지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연구자 두 명이 짝을 지어 둥지에 접근했다. 그리고 둥지로부터 일정 거리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실험을 반복했다.

둥지 7곳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한 결과 모든 어미 갈매기들은 한 번이라도 둥지를 방문한 연구자를 쫓아가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연구자들이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둥지를 찾은 경우에도 갈매기들은 둥지를 방문했던 연구자를 쫓아갔다.

이 선임연구원은 “어미 갈매기들은 실험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속도로 걸어갔는데도 한결같이 이전에 봤던 연구원을 쫓아갔다“며 ”갈색도둑갈매기가 사람 얼굴을 구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갈색도둑갈매기가 인간과의 반복적 접촉을 통해 사람을 구별하는 학습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1950년대 남극 탐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이처럼 짧은 기간에 갈색도둑갈매기가 사람 얼굴을 식별하는 능력을 가진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다. 진화는 결코 수십년에 이뤄지지 않는 오랜 시간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통해 남극에서의 인간 활동이 주변 동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밝혀낼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동물인지’ 인터넷판에 소개됐다. 라이브사이언스와 같은 과학매체뿐 아니라 뉴스위크도 이번 연구 결과를 화제 연구로 소개했다. (끝) /kunta@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