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 안대규 기자 ] “중국은 수백조원에 달하는 인수합병(M&A) 실탄이 마련돼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자본의 조 단위 투자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찰스 나이트 딜로이트 글로벌 재무자문파트 대표(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 컨설팅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의 글로벌 M&A 자문과 실사를 총괄한다. 딜로이트가 지난 28일부터 연 중국발 해외 M&A 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재무자문 임원들과 한국을 찾았다. 중국발 해외 M&A를 두고 딜로이트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파트너(임원)들이 머리를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 회의의 첫 장소로 지목됐다. 이들은 29일부터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투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나이트 대표는 “중국 최대 화학회사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가 최근 세계적 농약·종자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인수하는 데 430억달러(약 52조원)을 베팅한 것은 중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에 얼마나 과감히 뛰어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몸을 불린 중국계 자본이 ÷?눈여겨 보고 있는 지역이 한국”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기업 인수는 지난해 16건으로 미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국내에선 작년 6월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보험 인수가 가장 큰 거래 규모(1조1300억원)다. 중국이 관심을 보이는 한국 업종은 금융(보험업), 화장품 패션 통신 콘텐츠 인터넷 등이며, 규모는 1000억~3조원(인수 가격 기준)인 것으로 딜로이트는 파악했다.
나이트 대표와 함께 방한한 지미 찬 딜로이트 중국 북부지역 재무자문 대표는 중국과 인근 65개국을 잇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찬 대표는 “한국의 현대건설,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이 건설과 인프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에서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중국 기업과 합작하는 형태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내 M&A 실탄은 더욱 불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찬 대표는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 인수에 나서는 자국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최근 정부 주도로 사모펀드(PEF)를 조성하면서 중국 내 M&A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 주도 PEF의 첫 한국 투자 사례가 조만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호/안대규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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