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로더·로레알서 '러브콜'
"OEM 양강 한국콜마·코스맥스, 2025년 매출 1조로 뛰어 넘을 것"
[ 이지수 기자 ]
‘비비크림’으로 불리는 ‘블레미시 밤(Blemish Balm)’은 화장품 한류의 시초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판매된 이래 전 세계에서 1억여개가 팔렸다. 이 제품은 당시 설립된 지 6년밖에 안된 국내 중소기업 코스메카코리아가 만들었다. 199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수출 비중은 60%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는 조임래 코스메카코리아 회장을 ‘제87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으로 선정했다.
◆바쁜 직장 여성을 겨냥한 화장품
“콜마와 코스맥스가 양분한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겁니까.”
조 회장이 창업했을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다.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이미 10년 가까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고 羚駭? 조 회장은 기죽지 않고 “기존 시장을 뒤엎을 만한 우리만의 제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답했다.
연구개발(R&D)은 자신 있었다. 조 회장은 1978년 화장품 업체 피어리스에 입사한 뒤 화장품 개발만 했다. 1992년에는 한국콜마 초대 연구소장도 지냈다. 5년간 R&D와 임상시험을 거쳐 2005년 ‘비비크림’을 내놨다.
처음엔 관심을 끌지 못했다. 화장품 유통업체 한스킨이 2007년 홈쇼핑에 제품을 선보이면서 물꼬가 트였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자 일본 등 해외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한스킨이 장사가 될 것 같자 독점 계약을 요구했다. 조 회장은 거절했다. OEM 업체가 성장하려면 한 곳에만 납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스킨 상표를 단 비비크림이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던 때였다.
◆품질로 소비자를 내 편으로
계약을 끊은 한스킨은 다른 회사에 생산을 의뢰했다. 조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품질을 믿고 버텼다. 한스킨은 다른 회사가 개발한 새 비비크림을 시장에 내놨다. 소비자들은 과거 제품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 회장의 제품을 선택했다. 결국 한스킨도 조 회장에게 다시 제품 생산을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업체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에스티로더, 클리니크, 로레알 등이 조 회장을 찾아왔다. 그들은 거래를 제안하면서도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이를 기회로 활용했다. 생산 공정, 유해물질 정화 수준 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생산과 품질관리 방식도 바꿨다. 2008년 기존 생산라인을 반으로 줄였다. 이듬해에는 절반을 더 줄였다. 여러 작업자가 동시에 서로의 검수 상황을 살펴보도록 품질관리 체계를 바꿨다. 불량률을 0.1%까지 낮췄다.
◆“2025년 세계 1위 화장품 OEM 회사”
코스메카코리아는 2025년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정했다. 조 회장은 “2025년을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를 뛰어넘는 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R&D를 강화하고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 주식시장 시가총액 1위 유통업체 리앤펑(LF)과 협력을 맺었다. 올해 안에 LF를 통해 중화권에 코스메카코리아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LF는 화장품 R&D를 조 회장에게 맡겼다. 조 회장은 “국제 기준에 맞는 연구소를 세우고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화장품 제조회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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