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방관 도핑테스트

입력 2016-03-30 18:00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도핑(금지약물) 테스트의 첫 대상은 뜻밖에도 경주마였다. 경마 초창기 영국에서 말에게 위스키나 포도주 등을 마시게 했다고 한다. 나중엔 아편 등 마약까지 등장했다. 그러자 오스트리아 경마 당국이 화학자를 고용해 경주마의 타액 검사에 나섰다. 그때가 1911년이었으니 도핑 검사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사람의 도핑 테스트는 1966년에 시작됐다. 로마 올림픽 사이클 경기 중 쓰러져 사망한 덴마크 선수의 사인이 흥분제 과다복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게 계기였다. 올림픽에서는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가장 유명한 스캔들 주인공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육상 스타 벤 존슨이었다. 그는 9.7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칼 루이스를 따돌렸으나 사흘 뒤 근육강화제 검출로 금메달과 신기록을 모두 박탈당했다.

그 전에도 약을 복용하는 선수는 많았다. 1950년대 소련팀은 근육강화용 남성 호르몬을 애용(?)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스테로이드를 개발했다. 냉전시대의 촌극이었다. 지금은 흥분제·호르몬제 등 100여종의 약물이 금지 목록에 올라 있다. 국제스포츠 기구들은 선수의 몸을 해치고 스포츠 정신에도 위배되는 이들 약물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적발 기술이 향상됐지만 이를 비웃는 ‘틈새 약물’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약 대신 혈액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혈중 적혈구수가 많을 때 피를 뽑아두었다가 지구력이 필요한 도로 사이클, 마라톤에 앞서 수혈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뇌의 특정 부분에 전기 자극을 가해 운동력을 키우는 ‘브레인 도핑’도 등장했다. 미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험 결과 균형감각이 80%나 높아졌다고 한다.

도핑이 스포츠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테러범들도 약물에 의존한다. 시험 기간 학교 근처나 심야 게임장에서 ‘에너지 드링크’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랄까. 어떻든 체력증강을 위해 도핑 유혹에 빠지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소방관 채용 때 도핑 테스트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장 올해 체력시험부터 무작위 검사가 시행된다. 동화작용제·흥분제·마약류 등 금지약물 24종을 복용하거나 시료를 변조하면 5년간 공무원 응시자격까지 박탈한다고 한다. ‘약(弱)한 것은 허용할 수 있어도 약(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필요한 명언이다. 한편으론 맹물에 보리밥만 말아먹고도 쌀가마니를 척척 들어올리던 옛날이 그립기도 하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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