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이익 쌓아두면 불이익 주는 '기업소득환류세'

입력 2016-04-0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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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소득환류세는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나 배당, 임금 인상분 등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한해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신설된 환류세는 기업의 내부 자금이 가계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시행됐다. 기업이 이익을 과도하게 내부에 쌓아두지 말고 투자를 하든지 배당이나 임금을 늘리는 데 쓰든지 하라는 얘기다. 시행 첫해 상당수 기업은 투자나 임금 확대보다 배당 확대를 선택했다. 작년 상장사 총배당금액(보통주 기준)은 20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늘어났다. 반면 설비투자나 고용 실적은 오히려 소폭 후퇴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5.2%로 1년 전(5.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취업자 수는 33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전년(53만3000명)보다 20만명 가까이 줄었다. 환류세제와 함께 도입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배당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고배당 상장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배당 원천징수세 부담을 기존 14%에서 9%로 낮춰주고, 대주주에게도 25%의 단일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는 혜택을 준다.

그렇다면 왜 배당만 큰 폭으로 늘어나고 투자나 임금은 증가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져 쉽게 투자처를 정하지 못하다 보니 배당을 늘려 그동안 소홀히 했던 주주가치를 높이고 환류세도 회피한 기업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배당보다 투자와 임금을 늘리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환류세제를 고쳐 내년 사업연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기업이 애써서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쓸지는 기업 고유의 경영 판단에 속한다. 미래가 불투명하거나 설비나 연구개발(R&D)에 거대한 자금이 필요할 경우 기업 내부에 쌓아둘 수도 있다. 애플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내부유보금이 엄청나다. 따라서 기업의 이익을 꼭 여기에 써야 한다고 정부가 강제하는 건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 이런 논란이 있었는데도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수를 살린다며 이를 도입했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며 배당을 늘리는 세제도 시행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 와서 배당을 많이 한다며 배당은 좀 줄이고 투자와 임금 인상을 더 하라는 ‘촌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

기획재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배당보다 투자와 임금을 늘리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손본다. 지난해 환류세를 처음으로 시행해본 결과 기업들이 투자나 임금을 늘리기보다 배당 확대에 열을 올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지난해 환류세 대상 기업 사이에 배당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분에 가중치를 더 주는 방식으로 환류세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을 방침이다. - 3월24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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