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순간 새로 적용받는 규제만도 공정거래법, 은행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에 달한다. 특히 정보기술(IT)기업으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카카오는 지난해 예비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에 복병을 만났다. 비(非)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데다, 앞으로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대기업집단은 의결권 4% 상한(은산분리) 규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T는 이미 대기업집단이다. 이대로 가면 대기업집단 지분 규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대로 출범이나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대기업집단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하세월이 될 게 뻔하다. 시대착오적인 은산분리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을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든 꼴이다.
셀트리온이나 하림의 처지도 다를 게 없다. 성장 과정에서 계열사가 늘어난 이들은 일감 몰아주기, 채무보증 등의 규제가 발등의 불이다. 결국 경제민주화니 뭐니 하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기업 규제가 신규로 대기업집단이 된 기업들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일각에서는 자산 5조원이라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현실에 맞느냐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지정 기준을 높이는 게 근본 해법일 수 없다. 대기업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마땅하다. 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고서 기업에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다그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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