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파수 쏴서 교란…전문가들 "장치 제조 쉬워"
GPS 의존 소형 선박·항공기, 자칫 월경·이탈 사고 우려도
더 센 주파수 쏘는 '반 재밍', 국제적으로 금지돼 대응 못해
위성 대신 지상 기지국 등 GPS 보완 대응책 마련해야
[ 박근태 기자 ]
북한이 지난달 31일부터 남한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를 교란하기 위한 전파를 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1972년 개발한 GPS는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 24개가 쏘는 신호를 이용해 위치와 시간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정밀무기뿐 아니라 자동차, 항공기, 선박은 물론 휴대폰에도 사용된다. GPS 교란 대응 분야 전문가인 서지원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2010년 이후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기간에 맞춰 교란 신호를 쏘아 우리 측 대응을 보고 있다”며 “교란신호를 쏘는 시간도 수시간 단위에서 수일 단위로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약한 GPS 신호, 교란에 취약
GPS 위성은 지구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玲?4기 이상이 보인다. 각각의 GPS 위성은 1.2~1.5㎓ 대역의 이른바 ‘L밴드’ 주파수를 가진 전파를 지상에 쏜다. 지상에 있는 GPS 수신기는 각 위성이 쏜 전파의 도달 시간으로 위성과 거리를 산정해 현재 위치와 고도를 정한다. 오차도 5~10m 수준에서 10㎝ 수준까지 줄었다.
GPS 신호는 전자기파다. 그런데 약 2만200㎞ 떨어진 위성에서 쏜 신호는 대기권을 통과하며 아주 약한 신호로 바뀐다. 신호가 전리층을 통과하면서 전기적 성질을 띤 이온 입자와 부딪히거나 수증기에 부딪혀 지연되기도 한다. GPS 교란은 의도적으로 이런 오차를 일으키는 행위다. GPS 주파수와 똑같은 주파수로 센 교란신호를 쏘는 방법이 사용된다. 서 교수는 “진짜 GPS 신호보다 센 신호를 쏴 가짜 신호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한다”며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는데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소형 선박 등 월경(越境) 우려
미래창조과학부는 2일까지 항공기와 선박, 통신 기지국에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교란신호가 관측되는 지역은 주로 강원과 인천 등 수도권 위쪽이다. 신호가 경기 강원 북부지역의 높은 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GPS 신호가 교란되면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해 항공, 선박이 길을 잃는다. GPS 교란장치는 옛 소련과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해 북한에 이전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원생도 만들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서 교수는 “대형 항공기나 선박은 보완 항법장치가 마 천?있어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지만 소형 선박, 항공기는 GPS 의존도가 높아 월경 사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PS 교란이 장기화하면 GPS에서 정확한 시간을 받아 작동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휴대폰과 기지국 간 기준 시간을 GPS에서 받아 쓰는 2세대(2G) 휴대폰은 시간 오차가 생기면서 불통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교통, 원전, 통신 등 미국의 18개 핵심 인프라 가운데 15개 분야가 GPS 교란 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교란신호, 완벽 차단 어려워”
GPS 교란에 대해 ‘반(反)재밍’ 방법이 있지만 실속도 없고 국제적으로 금지돼 있다. GPS 신호만을 잘 수신하는 차폐안테나는 교란신호 세기가 커지면 속수무책이다. 군용 GPS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민간용보다 성능이 조금 높을 뿐 교란신호를 완벽히 차단하지 못한다.
미국과 영국 등 각국은 GPS 교란에 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장거리 무선항법시스템 LORAN-C(로란씨)를 비롯해 이를 개선한 eLORAN(이로란)은 위성 대신 지상에 기지국을 세워 거리와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 교수는 “지상에서 신호를 쏘기 때문에 교란신호가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훨씬 강력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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