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해 저도(猪島)

입력 2016-04-04 17:53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동해안 최북단 지역인 강원 고성군 현내면 제진리. 민통선 내 동해북부선 철도 제진역이 있는 이곳은 38선 이북에 속했다가 6·25 때 수복된 접경지역이다. 이 마을 앞바다에 작은 섬이 하나 있다. 돼지가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 해서 저도(猪島)라고 부른다. 사람은 살지 않고, 옛날 이 섬의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었다는 얘기만 전한다.

이름만 보면 흔한 섬이다. 경남 통영 창원(마산) 사천 거제를 비롯해 전남 진도 무안 신안, 충남 서산, 강원 강릉 등에 숱한 ‘돼지섬’이 있다. 대통령 별장이 있는 거제 저도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치마 패션으로 휴가를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어로한계선 북방에 있는 이 돼지섬은 특별하다. 동·서해를 통틀어 우리 어선이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인 데다 수산물이 풍부하다. 지난해에는 동해에서 사라진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이곳 어장에 치어 2만여 마리를 시험방류하기도 했다.

저도 어장에선 문어와 해삼, 광어, 멍게 등이 많이 잡힌다. 가장 유명한 건 대왕문어다. 사람 몸체만 한 문어가 줄줄이 올라온다. 이런 황금어장인데도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다. 군사작전 지역이어서 매년 4월부?12월까지만 개방된다. 육지에서 동쪽으로 6.43㎞(약 4마일), 어로한계선에서 북쪽으로 1.6㎞까지 총 15.6㎢ 넓이다. 원래 저도 동쪽 1.3㎞까지였던 어장 해역이 2010년 확장됐다.

지난해 이 지역 어민들은 16억원가량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이달 4일부터 조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풍랑으로 이틀 늦어져 6일부터 작업한다고 한다. 민감한 지역인 만큼 어선들이 조류나 바람에 북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경 함정이 이들을 호위한다. 해양수산청은 선박 안전을 위해 저도에 도등(導燈)을 운영한다. 높이 24m, 39m의 두 구조물로 등화를 쏘아 한계선을 표시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문어와 함께하는 저도어장 수산물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5월13~15일 현내면 대진항 일대에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문어 회·초밥 만들기, 자연산 회 비빔밥 300인분 만들기, 수산물 깜짝 경매 등 26개 프로그램이 밤낮으로 진행된다. 저도 어장 동영상·사진 전시와 고성 특산품인 해양심층수 판매관, 웰빙 수산물 먹거리 장터,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도 곁들여진다.

수산물 축제로 관광객의 방문이 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표정이 벌써 밝다.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인 민통선 일출 장면처럼 환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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