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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그동안 차가운 겨울 이미지가 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위험 관리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혹자는 “금융과 따뜻함을 같이 논하는 건 모순”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금융(finance)의 어원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교수의 저서 《새로운 금융시대》엔 금융의 본질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finance의 어원은 라틴어 ‘피니스(finis)’인데, 뜻은 ‘목표, 종료, 완성’이라고 한다. ‘금융은 사회 구성원이 꿈꾸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란 의미다.
이렇게 보면 금융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 자산 성장, 내 집 마련, 사업 성공…. 모두 저마다의 꿈을 갖고 은행을 찾는다. 금융의 본질은 이 꿈의 완성을 돕는 것이며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게 ‘따뜻한 금융’이다.
은행업과 연관해서 구체화해보자. ‘따뜻한 금융’을 통해 고객의 가치가 높아지면 더 많은 고객이 은행과 거래하고 싶어하므로 은행의 가치도 더욱 커진다. 은행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금융의 기능을 잘 수행하면 사회적 가치도 더욱 증대된다. 이렇듯 은행은 ‘따뜻한 금융’을 통해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필자가 몸담은 신한은행의 창립 초기 행훈은 ‘새롭게, 알차게, 따뜻하게’였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 고객만족경영과 무인점포, 인터넷뱅킹 등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높은 수익성, 건전성을 바탕으로 매년 흑자를 시현하는 등 알차게 성장했다. ‘찾아가는 금융’ ‘문턱 낮은 은행’이 되고자 노력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과거의 따뜻함은 당연한 게 됐다. 시대에 맞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 및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따뜻함이 필요한 시기다.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고객가치를 높이는 ‘따뜻한 금융’이 우리 사회에 봄기운을 채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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