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자들이 사는 법] 1000억대 자산가들의 '돈 버는 네트워크'

입력 2016-04-05 17:51  

이너서클의 재테크

10년 후 산업변화 등 스터디
"PB들이 오히려 벤치마킹"



[ 허란 기자 ] 금융투자업계에서 최고급 대우를 받는 ‘VVVIP급 부자’의 자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팀장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1000억원 정도다.

수출 중견기업의 숫자가 늘어나고 대도시 빌딩부자가 속출하면서 10여년 전 300억~500억원 정도였던 기준이 높아졌다. 증권사별로 확보하고 있는 VVVIP급 고객 수는 전체의 0.0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부자들의 특징은 투자를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가 시간에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구상하고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끼리 포럼 형태로 모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에게 포럼은 문화적 교류를 하는 사교 모임이자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스터디 모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주로 회원제 호텔 클럽이나 포럼 회원의 사무실에서 모인다.

이들의 투자 안목은 기관투자가 못지않게 전문적이다. 당장 돈을 벌어다 주는 투자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10년 뒤 특정 산업의 변화를 공부하고 투자 대상 기업을 탐색하는 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큰 부자들은 증권사 PB 등 중개인이 알선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가가치를 찾아간다”며 “이들을 상대하는 PB가 오히려 투자 방식을 벤치마킹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큰 부자들은 신흥부자와 전통부자로 구분할 수도 있다. 신흥부자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의 빌딩 투자나 개인 사업체를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 이들은 주로 골프나 해외여행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에 비해 전통부자는 한국의 산업 성장기인 1970~1980년대에 큰 재산을 일군 중견기업 오너가 많다. 포럼 방식의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것은 이런 전통부자들이다.

신흥부자든 전통부자든 공통의 관심사는 상속이다. 이들에겐 단기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 후대에 물려주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금융자산이 많아 아무리 애를 써도 과세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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