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일본에서는 2000년 야후와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이 공동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재팬네트뱅크가 문을 연 뒤 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정체돼 있던 일본 금융업에 경쟁을 불러왔고 그 경쟁의 열매는 소비자에게 이득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 1위인 스미신SBI네트뱅크는 지난해 5월 카드론 금리를 연 5~13%에서 연 1.99~7.99%로 내렸다. 대출 한도도 최대 500만엔(약 5200만원)에서 1000만엔(약 1억400만원)으로 올렸다. 경쟁사인 이온뱅크가 작년 초 연 3.8~13.8%짜리 카드론을 선보이며 시장을 휩쓴 것에 대한 반격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몰고온 카드론 전쟁은 일본 금융업계에 불고 있는 가격 파괴 바람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기준금리는 연 1.5%로 일본(연 -0.1%)보다 높지만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국내 카드론 금리는 일본보다 훨씬 높은 연 20%에 달한다. 카드론 금리가 떨어질 줄도 모른다. 영업면허를 받은 소수 금융회사가 경쟁보다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직원 44만명을 둔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 이온뱅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0.52%에 불과하다. 연 3% 수준인 국내 은행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 스미신SBI네트뱅크가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은 ‘8대 질병보장특약’이란 보험 기능까지 공짜로 제공한다. 1엔 단위로 조기 상환할 수 있고, 조기 상환 수수료도 없다. 유통+금융, 통신+금융 등 이종(異種) 교배가 불러온 전례 없는 경쟁 덕분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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