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믈멀티미디어 5일간 45%↑
써니전자·대신정보통신도 '들썩'
정치인 지지율따라 오르락내리락
동문 등 막연한 인연으로 묶여
실적과 관계없이 '묻지마 급등'
[ 최만수/고은이 기자 ]
선거철마다 증권가 분위기를 흐리던 ‘정치 테마주’의 이상 움직임이 재연되고 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 후보의 행보에 따라 주요 정치인 관련 테마주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간 자칫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복되는 ‘폭탄돌리기’
과거에도 선거철마다 정치 테마주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실적과 관계없이 이상급등하다가 선거일 전후 폭락 수순을 밟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을 전후해 급등한 147개 정치 테마주는 2012년 6월1일 기준으로 최고 62.2%까지 상승했던 수익률이 2012년 대선 전일(12월18일)에는 0.1%까지 주저앉았다. 최근 정치 테마주들도 과거와 비슷한 움직임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4월을 전후해 주식시장에서 이상급등 징후가 강한 것은 소위 ‘안철수 테마주’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대표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은 6일 3.29% 오른 6만9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안랩은 특별한 이유 없이 최근 3거래일 동안 19.14%나 뛰었다. 안철수 관련주로 분류되는 다믈멀티미디어도 지난달 31일부터 5거래일간 45.4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써니전자도 22.16% 올랐다. 이달 들어 국민의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소식에 관련 주식도 함께 오른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4일 국민의당 지지율은 3월 첫주 11.5%보다 3.3%포인트 상승한 14.8%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관련 테마주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지난달 말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1위를 차지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소위 ‘오세훈 관련주’라는 한국선재는 지난달 24~31일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9% 급등했다. 하지만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나오자 4일 9.08% 급락했다.
유승민 의원 테마주인 대신정보통신, 삼일기업공사 등도 들썩였다.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4일 코스닥시장에서 대신정보통신은 23.33% 급등했지만 25일부터는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테마주인 전방은 공천 논란 속에 하향세를 그리다가 김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14.13% 올랐다.
“정치 테마주는 허상”
정치 테마주는 실적을 뒷받침하는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매수세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급등세를 반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40% 가까이 오른 다믈멀티미디어는 6일 “최근 현저한 시황 변동과 관련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공시했다.
테마주 대부분이 정치인과의 연관성도 불분명하다. 대신정보통신과 삼일기업공사는 유 의원이 박사 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 동문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련주로 떠올랐다. 한국선재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 때 계획한 배수 터널 건설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총선을 앞두고 작전 세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 증권 포털 사이트 게시판, 증권 방송, 인터넷 증권 카페 등에서 정치인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달 들어 안철수 테마주인 오픈베이스와 오세훈 테마주인 우성아이비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엄세용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투기적 수요와 소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결국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만수/고은이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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