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구글비디오 딛고 유튜브로 동영상 시장 장악
"성공 못해도 과정에서 교훈"
[ 이상은 기자 ] 구글이 2년 전 대규모로 투자한 스마트홈 기기 분야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글 손자회사인 리볼브는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스마트홈 기기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구글은 2014년 전등·난방·보안시설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분야에 진출하려고 네스트랩스라는 회사를 32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9개월 뒤 네스트랩스를 통해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 리볼브를 사들였다.
리볼브는 구글에 인수되기 전까지 300달러짜리 스마트홈 기기와 제어 앱(응용프로그램)을 묶어 팔았는데 이번에 관련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폐쇄한 것이다. 서비스 중단으로 제품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돼버린 기존 소비자는 구글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더버지 등 외신들은 구글이 지난해 10월 알파벳을 필두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부진한 스마트홈 분야를 압박한 탓에 핵심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드웨어·SNS 등에서 실패 거듭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가장 실패를 많이 하는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워낙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맛봤다. 대표적인 분야가 구글넥서스Q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기다. TV와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 미디어 스트리밍 기능 등을 섞은 듯한 이 기기는 2012년 시제품 형태로 배포된 뒤 개당 300달러에 예약주문을 받았으나 수요가 별로 없었다. 구글은 예약주문자들에게 공짜로 제품을 발송한 뒤 본격 출시를 포기했다.
2012년 구글이 선보인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 구글글라스도 사실상 실패로 분류되는 상품이다. 2013년 1500달러짜리 전문가용 구글글라스 ‘익스플로러’를 판매했으나 사생활 침해와 배터리 문제 등 여러 논란에 시달린 끝에 작년 1월 판매를 중단했다. 구글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경쟁자에 여러 차례 도전장을 냈다가 쓴맛을 보기도 했다. 2007년 트위터의 경쟁사 자이쿠를 인수했고, 2010년엔 구글버즈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모두 사라졌다.
당시 구글은 신규 서비스인 구글플러스(구글+)에 모두 통합할 것이라고 했지만 구글플러스의 실적도 저조하다. 지난달 말에는 새 성장 분야로 꼽히는 보행로봇 분야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패 밑거름 삼아 성장”
구글은 2011년 한꺼번에 22개 서비스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등 주기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를 정리한다. 1~2년에 한 번 손실을 감수하고 포기를 결정한다. 일부 서비스는 도입한 지 불과 수개월 또는 1년 만에 종료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같은 실패에 구글은 상당히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도전하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이 2005년 시작한 구글비디오는 시장에 뿌리 내리지 못했지만 이 경험에 기반해 2006년 유튜브를 인수해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넥서스Q의 개발 경험은 크롬캐스트 등 다른 기기 개발에 영향을 줬다. 구글글라스도 2단계 제품 개발을 준비 중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한국을 찾았을 때 한 강연에서 “실패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프로젝트라 해도 그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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