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알려주는 레인지…프라이팬 온도까지 '척척'
[ 박근태 기자 ] 세계적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이달 초 가상현실(VR) 주방을 선보였다. HTC의 VR 헤드셋인 바이브를 쓰고 가상의 주방을 누비며 부엌 싱크대 서랍을 열고 프라이팬을 꺼내 전기레인지에 올려놓고, 쓰다남은 채소를 주방용 폐기물 처리기에 넣어볼 수도 있다. 부엌 창문 너머로 새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실감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몰입감도 높다. 제스퍼 브로딘 이케아 마케팅 관계자는 “부엌 가구 서랍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가구색을 바꿀 수도 있다”며 “VR이야말로 미래 소비 습관을 변화시킬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케아 사례처럼 부엌은 미래 생활 기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마케팅조사회사 GfK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 국민 한 사람이 1주일간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은 평균 5.9시간으로 나타났다. 매일 30~40분가량은 반드시 부엌에 머무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부엌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실험장으로 떠올랐다.
최근 수년 새 CES 등 국제 가전 전시회에는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부엌 용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IBM과 유럽 가전회사 밀레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선택한 레시피에 따라 조리가 되는 가스레인지를 선보였다. 두 회사는 셰프 왓슨이라는 요리 인공지능을 활용해 100가지가 넘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무선랜을 내장한 이 레인지는 가진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최고 요리를 제안한다. 칼로리와 요리 시간까지 고려한다.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해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인덕션 레인지를 개발했다. 이 조리기기는 소셜미디어에서 레시피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월풀은 5년 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부의 편의를 돕는 기술도 나오고 있다. 인텔은 음식을 조리하느라 두 손을 쓰기 어려운 주부의 수고를 더는 리얼센스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3D 카메라가 손동작을 보고 노트북이나 모니터 화면을 넘기거나 동영상을 켰다 끄는 방식이다. 손이 젖어 있거나 기름이나 양념이 잔뜩 묻어 있어도 조리법이 적힌 화면을 필요한 만큼 넘기면서 볼 수 있다.
재료의 신선함을 파악하는 디지털 가전 기술도 있다. 달걀은 2~3주만 지나도 쉽게 상하지만 종종 냉장고 속 달걀 유통기한을 알지 못해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에그마인더의 스마트 달걀통은 냉장고에 보관 중인 달걀 개수와 보관한 날짜를 파악해 스마트폰에 상태를 전달한다. 달걀통에 붙어 있는 LED(발광다이오드)는 유통기한이 넘은 달걀을 나타내는 기능도 있다.
생활 속 모든 물체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부엌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펜텔리전트사 ?온도 센서가 표면 온도를 알려주는 스마트 프라이팬을 개발했다. 요리가 너무 타지 않고 잘 익도록 스마트폰에서 앱을 통해 팬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스마트플레이트사는 칼로리 섭취량을 알려주는 지름 25㎝짜리 스마트 접시를 개발했다. 블루투스와 무선랜(WiFi), 카메라와 무게센서가 달려 있다. 접시에 음식을 올리면 종류와 칼로리양을 알아내 알려준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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