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가 부른 물가 왜곡…소비자물가 5년간 0.7%P 끌어내려

입력 2016-04-11 17:32   수정 2016-04-12 11:31

통계청, 5년간 물가 분석

6.3% 이상 올라야 할 물가
무상보육·반값등록금 등 시장 교란…5.6%만 올라
체감물가와 괴리 키우고 정부 경기 오판 부를 수도



[ 김주완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이 쏟아낸 무상보육·무상의료 등 각종 무상복지 정책이 지난 5년 동안 소비자물가를 0.7%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물가가 낮아지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도한 물가하락으로 인한 경기침체(디플레이션)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상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독점 구입해 특정 소비자에게 나눠준 결과 거시지표의 핵심인 물가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물가 교란은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와 소비자의 체감물가 간 괴리를 키울 뿐 아니라 거시지표를 바탕으로 짜는 정부 정책에도 오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디플레 우려 키운 무상복지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였다. 같은 기간 무상보육·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보육 등 각종 무상복지 서비스가 소비薇같≠梔熾?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물가를 0.7%포인트가량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됐다.

무상복지가 없었다면 5년간 물가가 6.3% 이상 올랐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통계청은 상품과 서비스 481개 품목에 가중치를 매겨 소비자물가를 산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상급식 확대로 학교 급식비가 5년간 25% 줄어 소비자물가를 0.135%포인트 낮췄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도입으로 보육시설 이용료는 같은 기간 42.8% 감소해 소비자물가를 0.146%포인트 깎아내렸다. 노령층에 대한 임플란트 비용 지원 등도 치과진료비 부담을 줄여 소비자물가를 0.039%포인트 끌어내렸다.

반값등록금도 물가 끌어내려

각종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책도 소비자물가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반값등록금’이 시행되고 매년 3조원 이상의 국가장학금이 투입되면서 대학 납입금 부담이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대학 납입금 인하가 소비자물가를 0.095%포인트를 끌어내렸다.

복지 정책에 따라 지역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갈렸다. 지난 5년간 강원도의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장 낮았다. 학교급식비 인하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강원지역 무상급식 학교 비율(지난 3월 기준)은 전체의 88.1%로 전국 평균치(74.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반면 무상급식 학교 비율이 가장 낮은 대구(19.0%)는 5년간 급식비가 14.8%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정책물가의 악영향 커져

‘정책물가’가 소비자물가에 개입하면서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정부 발표 물가지수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단적인 사례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014년 8월 이후 1.5%를 넘기지 못했다. 올 들어 지난 3월에도 1%대를 보였지만 신선 식품 지수는 9.7%를 기록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조지표를 따로 만들거나 각종 복지정책을 고려해 소비자물가의 품목별 가중치를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상 복지의 시장 개입이 정부의 경기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거시지표의 핵심 중 하나인 소비자물가를 바탕으로 정책을 운영하거나 각종 재정을 추계하는 데 잘못된 정보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은의 통화정책도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를 기초로 하는데 정부 정책으로 물가가 왜곡된다면 정확한 통화정책을 펴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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