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이 별로 없고 라운드 비용이 비싸던 시절에는 연습이 골프의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운전을 배워서 바로 고속도로를 달려야 하는 상황! 그러니 연습을 위한 연습이 비대해지고 연습과 실전의 비율이 균형을 잃게 됐다.
실전과 괴리된 연습은 고민을 추상화시키고 골프에 관한 모든 논의가 탁상공론이 된다. 요즘엔 상황이 달라졌다. 스크린 골프가 발달했고 저렴한 골프장도 많다.
연습 없는 실전 중심의 골프도 문제지만, 연습 중심주의가 더 큰 문제다. 연습 과잉은 샷의 정확도나 일관성에 얽매이는 골프가 되게 하고, 실전 게임이 묻지도 않는 ‘굿 샷’ ‘노 굿 샷’의 패러다임에 빠지게 한다.
실전에 들어가보면 골프가 요구하는 정교함의 정도가 그리 높지 않음을 알게 된다. 특히 롱게임은 죽지만 않으면 된다거나 다음 샷을 할 수만 있으면 스코어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지레 심리적으로 주눅이 들거나 연습장 샷이 안 나온다고 짜증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한 번의 실수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만회하려는 불온함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런 발견이나 깨달음은 고수에 이르는 과정이다. 연습장에서 연습하다 보면 대부분의 샷이 문제라고 느껴진다. 롱게임도 그렇고 쇼트게임도 그렇다.
어느 날 ‘그분’이 오셨나 싶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훅 가고 안 계신다. 그렇지만 라운드를 거듭하다 보면 모든 샷이 불완전하더라도 스코어 메이킹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더 절박한 자신의 취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가 건강을 결정한다는 ‘최소량의 법칙’처럼, 자신에게 가장 부족한 골프 역량이 스코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을 집중 연습하고 보완하면 스코어의 진보가 빠르다.
또 실전이 골프의 중심에 서야 연습장과 실전의 차이도 깨달을 수 있다. 연습장에서 그리 잘되던 샷이 실전에서는 안 나오고, 연습장에서 애를 먹이던 샷이 실전에선 큰 문제가 안 된다. 연습장 샷과 실전 샷은 다르다. 도무지 같은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연습과 실전의 차이를 줄이는 특별한 연습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전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받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는 없다.
어차피 잔디에서 하는 일, 잔디에서 연습하는 것이 가장 좋다.
잔디 밑에 스코어가 숨어 있다고들 하지만 필드에 자주 나갈 수 없다면 스크린 골프도 그럭저럭 좋은 대안이다.
오늘이 총선 투표일이다. 골프장에 가야 골프가 되듯, 투표장에 가야 민주주의가 된다. 좀 억지스러운가? 그렇지만 현장에 가야 추상적인 고민이 아니라 구체적 고민거리들이 떠오르고, 그 결과를 반성하며 스스로의 책임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러 많이 가야 나라가 살고, 나라가 살고 경제가 살아야 젊은이들이 골프를 치게 될 것이다. 그래야 골프도 산다.
김헌 < 마음골프학교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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