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끌다가…공정위, 오라클 '끼워팔기' 무혐의

입력 2016-04-1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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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구매 강제행위 등 현실적으로 불성립" 결론
퀄컴조사에도 영향 촉각
ICT전담팀 첫판부터 '고배'…미국 정부·의회 '외압' 논란도



[ 황정수 기자 ]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오라클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6개월 동안 판단을 미뤄 온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오라클이 한국에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DBMS)을 판매하면서 ‘끼워팔기’와 ‘구입강제’를 통해 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고 13일 발표했다. DBMS는 기업이 마케팅 회계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작년 4월 공정위 조사팀은 오라클이 자사 DBMS를 쓰는 기업들에 유지보수서비스 등을 묶어 판매한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확인도 부인도 안 함)’를 철칙으로 삼고 있는 공정위의 깜짝 발표는 ‘글로벌 IT 공룡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1심 역할을 하는 전원회의는 그해 10월 상정된 오라클 사건에 대해 계속해서 판단을 유보했다. 그 사이 미국 의회?정부는 한국 공정위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결국 전원회의는 사건 상정 6개월 만에 ‘무혐의’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ICT 전담팀의 문제 제기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은 작년 4월 오라클에 크게 두 가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제품 끼워팔기’다. 오라클은 자사의 DBMS를 쓰는 국내 기업들과 고장 수리 등 ‘유지보수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때 아직 출시되지 않은 DBMS 차기 버전까지 결합해 팔고 있다.

ICT 전담팀은 또 DBMS를 구입한 기업들이 모든 DBMS에 대해 유지보수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오라클의 판매 정책은 ‘구입강제’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ICT 전담팀 관계자는 “기업이 인사 재무 고객관리 부문 등에서 수십 수백 개의 오라클 DBMS를 쓰고 있는데 이 중에는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것도 있다”며 “한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프로그램에 대해 일괄적으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뒤집은 전원회의

전원회의의 판단은 달랐다. ‘끼워팔기’ 의혹에 대해선 유지보수서비스와 차기 버전 업그레이드는 구분할 수 없는 하나의 ‘DBMS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각각의 제품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끼워팔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입강제’ 혐의와 관련해서도 오라클의 손을 들어줬다. 전원회의는 오라클이 DBMS마다 유지보수서비스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게 자연스러운 경영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오라클의 DBMS를 한 번 구입한 뒤 무단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라클 입장에선 유지보수서비스를 통해 감시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퀄컴도 봐주기(?)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났지만 전원회의가 열릴 때마다 아홉 명의 위원 간에 법 위반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전원회의에선 위원 간 만장일치로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가 결정되지만 오라클 사건은 다수결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공정위 안팎에선 미국 정부·의회의 압박이 오라클 사건의 무혐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환율조작국 지정 등 민감한 이슈를 앞두고 한국 공정위에 대해 ‘조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등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로 조사 중인 퀄컴에 대해서도 자칫 ‘봐주기’ 결과가 나올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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