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협상불발 땐 지원 끊겠다"…한진중공업도 자구전제 정상화 논의
채권은행, 대기업 구조조정 착수
내달 39개 기업집단 재무위험 발표…하반기엔 중기도 부실위험 진단
[ 김일규 기자 ] 4·13 총선이 끝난 만큼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지역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 만큼 산업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해운 및 조선업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계획이다. 회생을 위해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은 이달 명운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고, 한진중공업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정상화 방안이 마련된다.
다음달엔 우리·산업·KEB하나·신한·국민·농협 등 6개 채권은행이 금융권 빚이 많은 39개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의 재무상황을 평가한 뒤 부실 우려 기업을 가려낼 예정이다.
○현대상선 운명 이달 갈린다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업종은 해운이다. 당장 이달 현대상선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자율협약 상태인 현대상선은 이달 중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성과를 거둬야 채권단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용선료 인하 협상이 무산되면 자율협약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현대상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 결과는 같은 어려움에 빠진 한진해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영국 런던사옥, 상표권 등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을 통해 1조2000억원을 마련한다는 자구안을 갖고 채권단과 회생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도 용선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도 구조조정이 절실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 간 사업 통폐합 같은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달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 방안이 마련된다. 채권단과 한진중공업은 부산 영도조선소를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대우조선은 최근 루마니아 자회사가 수주한 탱커 두 척을 본사로 가져온 것을 제외하면 올 들어 수주 실적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다만 올해 채권단 자금이 추가 투입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도 올해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수출입은행이 삼성중공업과 성동조선 경영협력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지만 정상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채권단 시각이다. STX조선은 지난 1월 채권단에서 4000억원을 지원받아 버티고 있다.
○다음달엔 대기업 재무평가 착수
다음달엔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1조3581억원 이상인 주채무계열 39개 기업집단 가운데 재무상태가 나빠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기업이 가려진다. 우리·산업·KEB하나·신한·국민·농협 등 6개 은행은 담당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재무구조 평가에 이미 착수했다. 기준 점수에 미달한 기업과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기준 점수 110% 미만인 계열과는 정보제공약정을 체결해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하반기에는 개별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을 중소기업으로까지 넓힌 새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오는 7월 초엔 주채무계열이 아닌 대기업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을, 11월 초엔 중소기업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다.
○유암코 앞세워 선제 구조조정 추진
채권은행을 동원하지 않는 구조조정도 확대된다.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을 위해 확대 개편된 유암코(연합자산관리)는 워크아웃 우려 중소기업, 법정관리 기업, 매출 5000억원 안팎의 대기업 등으로 구조조정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
유암코는 이를 위해 우선 기업은행과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워크아웃 이전 단계에 있는 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매출 5000억원 안팎의 대기업도 펀드를 조성해 4~5곳의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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