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과반 미달에 충격 휩싸여
"조기 레임덕 가능성" 관측도
[ 장진모 기자 ]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1년10개월 남았다. 집권 막바지까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여당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16년 만에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었다.
여대야소인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노동개혁법안 등 쟁점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개혁법 등 4대 개혁법안을 비롯해 국정 운영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6시 발표된 방송 3사의 출구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이 118~147석을 얻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청와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참모들은 ‘혹시나’ 하며 밤새 개표 과정을 지켜봤지만 끝내 새누리당이 과반에 미달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밤늦게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침통한 표정으로 개표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선거 하루 전날 국무회의에서 “20대 국회는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는 야당을 겨냥한 ‘국회 심판론’이었다. 20대 국회에서 노동개혁법안 등 핵심 법안 처리를 다시 밀어붙이고, 임기 말까지 국정 운영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으면서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핵심 국정과제 이행에 전력하겠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뀌면서 박 대통령의 이런 정국 구상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대통령 선거가 내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 내 힘의 중심도 청와대에서 여의도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면 조기 레임덕(집권 말 권력 누수 현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야당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회 권력이 여소야대로 바뀐 데다 3당 체제로 개편된 만큼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남은 임기 동안 ‘식물 정부’를 면치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또 국면 전환을 위해 일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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