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과학원 "1분기 바닥 찍고 서서히 회복"
글로벌IB "4분기 성장, 5%대로 주저앉을 수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작년 말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주요 국제 금융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세계 경제를 전망하면서 핵심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중국의 급속한 경기 둔화를 꼽았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4일 상하이증시가 대폭락하면서 바로 현실화되는 듯했다. 반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틈만 나면 “중국 경제가 경착륙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을 달래 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과 3월 실물경기 지표는 중국 경제가 당장 급속한 성장 둔화 국면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은 확인시켜줬다. 그렇다고 중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2014년 2분기 7.4%를 기록한 이후 7분기 연속 둔화했다. 연초 상하이증시와 위안화 가치가 동반 급락세를 보인 점에 비춰볼 때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성장률(6.8%)보다 0.1%포인트 하락에 그치면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의 경제 매체 봉황차이징은 ‘중국 경제의 역습’이라고 보도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월별 실물경기 지표가 3월부터 미약하게나마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 2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수출은 3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11.5%(달러화 기준) 증가했다.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 증가폭도 3월에는 확대되기 시작했다.
2013년 9월 이후 줄곧 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인 생산자물가지수가 지난달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0.5%)로 돌아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디플레이션(경기 부진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서다.
○실물지표 호전 이어질까
관건은 실물경기 지표의 호전이 앞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정도의 일관된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지 여부다. 중국 대표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분기 성장률이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기 성장률이 앞으로 ‘유(U)자형’ 회복 곡선을 그릴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실물경기가 호전되더라도 분기 성장률은 현재 수준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하는 ‘엘(L)자형’ 현상 유지 곡선을 따라갈 것이란 의견이 더 우세한 편이다. 3월 경기지표 호전의 핵심 동력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와 통화완화정책에 따른 것인 만큼 자생적인 경기 회복 흐름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 경제 전문 조사기관인 차이나베이지북인터내셔널의 리랜드 밀러 대표는 “중국 기업의 밑바닥 경기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이 올 들어 모두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분기 신규 채용을 한 기업 수가 2012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신규 투자를 단행한 기업 수도 전분기 대비 40% 줄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제시했다.
○과잉 부채 문제, 여전히 불안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과잉 부채 문제도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상장기업들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지난 1분기에 2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1보다 작으면 기업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불안 요인 때문에 주요 글로벌 IB들은 중국의 분기별 성장률이 올 4분기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씨티은행은 올 4분기 성장률이 6.0%, 노무라증권과 소시에테제네랄 등은 각각 5%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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