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병원, 첨단 장비로 난임 시술 성공률 높여…신생아 중환자 치료체계도 마련

입력 2016-04-16 07:00  

전문병원 전성시대 (13)

오익환 이사장



[ 이지현 기자 ] 1993년, 오익환 아인의료재단 서울여성병원 이사장(사진)은 인천 부평에 오익환산부인과를 열었다. 난임 시술을 하는 동네의원이 드물던 시기다. 331㎡ 크기 동네의원에서 오 이사장은 혼자 난임 시술도 하고, 환자 진료도 하고, 입원 환자도 보고, 아이도 받았다. 한 달에 아이를 50~70명 받을 정도로 환자가 많았다. 오 이사장은 병원 밖 30분 거리를 벗어난 적이 없을 정도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살았다.

하지만 몰려드는 환자를 혼자 제대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환자가 다른 병원에 가지 않도록 종합병원 같은 시스템을 갖춘 병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97년 인천 주안에 서울대병원 출신 후배 세 명과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서울여성병원을 세웠다.

개원 직후 외환위기가 터졌지만 오히려 기회가 됐다. 환자들이 비싼 종합병원 대신 싸고 질 좋은 전문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혼자 시작한 산부인과의원은 2016년 의사 38명이 근무하는 전문병원이 됐다. 병원 크기는 20배로 커졌다. 오 이사장은 서울여성병원을 “여성의 건강과 삶?질을 위해 끝까지 책임지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계 모든 여성이 와보고 싶어하는 병원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여성병원은 산부인과전문병원이다. 인천에서 난임 시술을 가장 많이 한 병원이다. 오 이사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레지던트) 때 난임 시술을 익혔다. 대학을 나와서도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난임파트다. 그는 “임신이 힘들던 여성이 임신해 출산한 뒤 남편, 시가와의 관계가 원만히 회복되는 것을 봤다”며 “가장 보람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난임치료는 인간의 행복을 넘어 가족과 사회를 살리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 난임치료 성공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오 이사장은 그 비결을 “전문병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난임치료는 발전 속도가 빠르다. 새로운 기구, 장비도 쉼 없이 나온다. 의사결정에 1년 정도 걸리는 종합병원과 달리 전문병원은 의사결정이 빠르다. 최신 기술과 장비를 더 빨리 도입할 수 있다. 내부 의료진 간 의견 교환도 활발하다. 오 이사장은 “전문병원은 난임치료에 최적화한 의사결정 구조”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철저히 여성에게 맞췄다. 여성 환자를 배려해 화장실 인테리어에도 신경 썼다. 민낯으로 다니는 여성 환자를 고려해 동선도 챙겼다. 병원 대부분 공간에 바닥 난방을 했다. 그는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모든 병실을 2인실로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돈 안 되는 분야에도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신생아중환자 집중치료실은 매년 4억~5억원 이상 적자를 본다. 그는 “아기가 태어나면 상태가 언제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이사장이 그리는 미래는 여성전문종합병원이다. 내년 병원 근처 2만430㎡ 부지에 1000병상 병원 공사를 시작한다. 그는 “5년 뒤 여성질환 특화병원 문을 열 계획”이라며 “전문병원들이 함께 들어와 운영하는 클러스터 형태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모가 출산은 물론 출산유아용품까지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괄 서비스 체계를 갖춘 병원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우수병원입니다. 복지부로부터 난도 높은 질환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인증받은 전국의 병원 111개가 전문병원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인천=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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