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서플라이 체인 '도미노 피해'
규슈, 일본차 생산 10% 차지…부품공급 끊겨
소니·파나소닉 등 전자·반도체도 피해 잇따라
글로벌 자동차·전기·전자업계, 사태 예의주시
[ 서정환 / 김현석 기자 ]
구마모토현 연쇄 강진으로 자동차·전기전자 등 일본 산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진 발생 지역인 구마모토현 내 공장뿐 아니라 이 지역에서 생산한 부품을 공급받아온 인근 지역 공장들까지 가동을 중단하는 ‘도미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생산시설 파손에다 도로, 철도, 항공 등 교통망까지 마비되면서 일본의 글로벌 소재·부품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품조달 차질로 가동 중단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고급차 렉서스 등을 생산하는 도요타자동차규슈는 지난 15일부터 후쿠오카현에 있는 공장 세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또 20~23일 도요타 본사 4개 공장도 가동을 중단하는 등 ?5만대 이상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구마모토현에 자동차 생산거점은 없지만 구마모토현에서 차량 문과 엔진 등을 만들어 공급하는 아이신정기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구마모토현이 속한 규슈지역 자동차 생산대수는 약 130만대로 일본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미쓰비시자동차도 구마모토현 부품공장 피해로 500㎞가량 떨어진 주고쿠지역 구라시키시 공장 가동을 18일 밤부터 19일까지 멈추기로 했다.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혼다 구마모토 공장도 18일 생산을 중단한다. 여진이 잦아들면 피해를 확인한 뒤 생산 재개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마모토현에 공장이 있는 소니, 파나소닉,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등 전자·반도체 업체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소니는 14일 카메라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CIS)를 생산하는 구마모토현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16일에는 나가사키현과 오이타현 공장의 일부 라인 가동을 멈췄다. 이마다 마미 소니 대변인은 “언제 다시 조업을 재개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갤럭시S7·아이폰 생산에도 영향
전자업계는 소니의 피해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IS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소니는 지난해 이 시장에서 점유율 49.9%(매출 34억달러)를 기록한 업계 1위 업체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에도 소니 CIS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모바일 CIS 시장에서 2위(매출 13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19.0%에서 2014년 17.8%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20.4%로 올랐다. 갤럭시S7에는 소니와 삼성전자가 함께 CIS를 공급하고 있는데, 소니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삼성이 자체 생산하는 CIS가 더 많이 쓰일 수 있다. 지금은 소니 제품이 70% 이상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부품 공급 차질 우려도
이번 지진으로 일본의 글로벌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자동차, 전기·전자업체에 주요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철강(376억달러), 반도체 및 전자부품(350억달러), 자동차부품(330억달러) 등은 일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상위 2~4위(201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메라 성능이 스마트폰 판매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며 “소니의 CIS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도호쿠지역뿐 아니라 일본 각지와 전 세계적으로도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대지진 직후 일본 자동차업계는 일정 기간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미국 애플의 태블릿 ‘아이패드2’ 출시가 늦어지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잠시 생산라인을 멈췄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급망을 재구축한 업체는 피해를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고 보유 기간을 늘리고 공장 간 대체생산 체제를 구축한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공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현석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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