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허영인, 천연효모 프로젝트 11년 만에 결실

입력 2016-04-19 18:09  

시골 5일장 찾아다니며 토종꿀·김치 미생물 채집…
SPC그룹, 전통 누룩서 제빵용 천연효모 개발

제빵 1위 '자존심' 걸고 추진
이스트 대부분 일본 등서 수입…"천연효모 독자기술 개발하자"
서울대 식품공학연구소와 공동연구…미생물·유산균 1만개 넘게 추출
27개 제품 출시…특허출원 완료



[ 김용준 기자 ]
SPC그룹의 모태인 삼립식품은 195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빵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삼립빵은 이후 국민의 간식이 됐다. 1997년 SPC는 파리바게뜨를 통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허영인 SPC 회장(사진)에겐 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빵의 원료인 효모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자존심도 상했다. 2005년 허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효모를 개발할 수 있는 독자기술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11년 뒤 허 회장의 결단은 결실을 맺었다. SPC는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국산 효모를 추출하고, 이를 제품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 찾아 전국 돌며 ‘발품’

SPC는 19일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효모를 활용한 27가지 제품도 내놨다. 국산 효모를 대량 생산해 상용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효모나 이스트는 대부분 일본 등에서 수입해 사용했다. SPC는 앞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으로 이 효모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SPC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순수 효모를 사용하면 빵의 신선한 상태와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05년 11월 SPC와 서울대는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세웠다. 한국 토종빵에 맞는 천연 효모를 찾는 게 핵심 과제였다. 연구소 직원들은 이듬해 최고의 청정지역이라는 충북 제천의 청풍호수와 금수산 등으로 효모를 찾아나섰다. 밀가루 반죽을 호수와 계곡물에 띄워놓고, 효모가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연구소로 돌아와 달라붙은 미생물을 분리해봤지만 별반 소득이 없었다. 지리산, 설악산, 강화도, 월출산 등 국내에서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소문난 곳을 찾아다니며 미생물을 수집했다. 전통식품 소재를 연구하기 위해 지방 5일장을 배회하며 토종꿀, 김치 미생물도 채집했다.

2007년 말 허 회장은 효모 개발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 빵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허 회장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어차피 빵을 밀로 만드는데 한국의 전통 발효제인 누룩에서 뭘 좀 찾아보면 어떨까.” 빵의 주원료인 밀가루 환경에 잘 적응하고 발효력이 우수한 균주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후 연구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몇 년에 걸쳐 균을 배양하고, 효모를 추출하는 실험이 이어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수집한 미생물은 1만여종, 여기서 추출한 효모와 유산균만도 1000여가지에 달했다.

2015년 연구소는 이 가운데 빵의 품질을 좋게 할 수 있는 천연효모 한 가지와 유산균 세 가지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한 특허는 해외에도 출원을 완료했다. 허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료부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빵의 핵심 요소인 ‘효모’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발효산업 업그레이드

SPC는 이번에 추출과 상용화에 성공한 천연효모 이름을 ‘SPC-SNU(에스피씨-에스엔유) 70-1’로 붙였다. SPC그룹과 서울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효모는 빵을 발효시키고, 맛과 향을 내게 해주는 핵심 요소다. 국내에서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지 못했던 것은 연구 기간도 오래 걸리고, 투자도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이스트를 사용해도 빵이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 회장은 국내 1위 제빵업체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10여년의 시간과 160억원 정도의 자금을 투자했다.

연구에 참여한 서진호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이번 제빵용 토종 천연효모 발굴은 고유의 발효 미생물 종균이 거의 없는 국내 발효식품산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SPC 관계자는 “천연효모를 사용하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적어 담백한 맛을 낼 뿐 아니라 빵의 선도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효모와 유산균 수입 규모는 연간 4400만달러에 이른다. 개인 제빵사들이 직접 만들어 쓰는 천연 발효종도 있다. 여기에는 효모와 여러 가지 유산균이 섞여 있어 제빵사에 따라 차별화된 맛을 낼 수 있지만 발효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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