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4년마다 열리는 ‘바둑올림픽’ 응씨배(우승 상금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와 이세돌 9단(33·사진)의 인연은 얄궂다. 이 9단이 프로기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응씨배다. 그런데 정작 이 대회는 이 9단에게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이렇다.
1988년 처음 열린 이 대회에 조훈현 9단(63)은 한국 기사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조 9단은 세계 최강이던 중국의 녜웨이핑 9단(63)에게 3-2 역전승을 거두는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썼다. 귀국한 조 9단은 김포공항에서 서울 관철동 한국기원까지 카퍼레이드를 했다. 이 장면을 보고 반한 어린 이세돌은 프로기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돌은 1995년 프로 무대에 데뷔, 세계대회에서 18번 우승했다. 하지만 우승 목록에 응씨배는 없다. 이 9단에게 이번 대회는 3전4기다. 그는 지난달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와 대국한 뒤 “올해 첫 번째 목표는 응씨배 우승”이라고 말했다.
대만 재벌 잉창치가 창설한 응씨배는 최초의 세계기전이다. 올해로 8회째다.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19일 개막식 및 28강 조 추첨을 했다. 20일 예선전을 시작으로 세계 최고수 30명이 치열한 대국을 펼친다. 직전 대회 우승·준우승자인 판팅위 9단(20·중국)과 박정환 9단(23)은 본선 16강에 직행했다. 28명이 단판을 벌여 14명이 본선에 합류한다. 16강은 22일, 8강은 24일 치러진다. 준결승은 6월, 결승은 8~10월로 예정돼 있다.
29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박 9단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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