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서밋 콘퍼런스] "3대 미래산업 특허 톱10 미국·일본 기업이 독식…한국은 삼성전자뿐"

입력 2016-04-19 18:18  

STRONG KOREA
특허 출원 세계 5위 한국, 미래산업 기술은 허약

윤종용 전 지식재산위원장
"한국, 경쟁력 좌우 표준특허 일본의 3분의 1 불과"

박영아 KISTEP 원장
"전기차 업체 테슬라처럼 특허 성과 적극 활용해야"



[ 박근태 기자 ]
세계지식재산위원회(WIPO)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은 특허협력조약(PCT) 국제출원 건수가 1만4626건으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제 디자인 출원에서도 한국은 1282건으로 세계 4위에 올랐다. 이런 성과에도 특허 품질 측면에서는 아직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윤종용 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서울 서초구 더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회 IP 서밋 콘퍼런스’에서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은 중요한 거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미래 유망 분야 지식재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AI·IoT 특허 역량 부족

표준특허란 해당 특허를 쓰지 않고는 제품 생산과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특허다. 그만큼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고 파급력이 크다. LG전자는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와 LTE-A 표준특허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더불어 최근엔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스마트폰의 공세에도 아직 국산 스마트폰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특허 경쟁력은 일부 분야에 국한돼 있다.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신고한 한국의 표준특허는 782건으로 미국과 핀란드, 일본, 프랑스에 이어 5위였지만 전체 표준특허(1만2099건) 중 한국이 차지한 비율은 6.4%에 불과했다. 미국의 4분의 1, 핀란드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도 한국은 선진국에 밀린다. 지난 10년간 인공지능 관련 특허는 미국이 2만4054건, 일본은 4208건을 출원했다. 같은 기간 국내에서 출원한 인공지능 특허(2638건)보다 무려 9.1배, 1.6배나 많다. 3D 프린팅과 나노기술, 로보틱스 등 3대 분야 특허 분야에서 세계 톱10 기업에 들어간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한 곳밖에 없다.

특히 2014년을 전후로 시작된 ‘신(新)넛크래커(호두까기)’ 현상이 심해지면서 산업 경쟁력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2009년 19위에서 2015년 26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29위에서 28위로, 일본은 8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일본은 엔저(低) 효과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가 늘고 철강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에서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글로벌 지식재산시스템 구축,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 경영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2013~2023년 지식재산 정책 비전이 있다. 중국 역시 2020년까지 국가지식재산권전략심화실시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정보기술(IT),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소프트파워 경쟁력 키워야

한국도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하고 2012~2016년 제1차 지식재산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정책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더 고도화한 특허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2014년 한국의 기술 수출은 97억6500만달러, 수입은 155억4000만달러로 기술 무역수지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지난해 당뇨병 치료제로 8조원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을 비롯해 특허를 대폭 개방해 자산가치를 오히려 키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처럼 특허 성과의 적극적 활용이 필요하다”며 “특허 창출과 활용, 침해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 예측과 연구개발(R&D) 정책 연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과 기술 외에 ‘제3의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를 넘어 성장하는 한류를 이끄는 K팝과 K푸드, 드라마, 게임과 같은 소비자 요구를 만족하게 하는 ‘소프트파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은 “10년 전과 현재 한국의 수출 10대 상품은 사실상 변한 게 없다”며 “기존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면서 나타난 소프트파워를 활용해 한국이 처한 넛크래커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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