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지식사회부 기자)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보겠습니다. 법원 판결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써 있습니다. “A와 B는 각자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 그렇다면 원고는 A와 B에게 총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①총200만원 ②총100만원
정답은 ②번입니다. 일반인들이 이 주문 내용을 보면 원고가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울 거 같네요. ‘각자’의 사전적 의미가 따로따로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제 원고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00만원입니다. 원고는 A나 B 아무나로부터 100만원을 받거나 A에게 얼마 B에게 얼마를 받아 그 합계가 100만원이 되도록 받을 수 있습니다. 부진정연대채무(연대채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연히 발생한 채무)와 불가분채무(특정물이 하나의 물건으로 되어 있어 나눌 수 없는 채무)에 쓰는 용어라고 하네요.
그럼 ‘각’은 어떨까요. “A와 B는 각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 이때 원고는 A와 B 각각에게 100만원을 받아 총 2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채무자들이 독립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문구라고 합니다.
판결문엔 ‘연대하여’란 용어도 자주 등장하지요. “A와 B는 연대하여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 ?” 이때 원고가 받을 수 있는 돈은 100만원입니다. A나 B 아무에게나 100만원을 받을 수 있지요. A에게 10만원, B에게 90만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끝난 게 아닙니다. ‘합동하여’가 남았거든요. “A와 B는 합동하여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 원고는 이때도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들이 합동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음이나 수표의 소지인에 대해 발행인, 인수인, 배서인 등이 합동해 지는 채무가 합동채무입니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단어의 용법과 법조인들이 쓰는 용례가 달라 헷갈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사법연수원은 작년부터 민사재판실무 교육에서 ‘각자’ 대신 ‘공동하여’란 표현을 사용하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법원도 ‘각자’ 대신 ‘공동하여’란 용어를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때까지는 다소간 혼란이 계속될 것 같네요. (끝) /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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