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리 기자 ] “트래블링 쇼퍼(travelling shopper)를 아시나요.”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에이미 김 파트너는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 첫날인 20일 연설에서 화두로 트래블링 쇼퍼를 던졌다. ‘쇼핑하기 위해 여행하는 관광객’을 말한다. 그는 “지난 2년간 세계 각국 주요 공항 면세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30%로 온라인 명품 매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이 성장 동력이었다.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인으로 북적거리는 국내 면세점 풍경을 떠올려보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이미 김은 “맥킨지가 약 800명의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행지를 정하는 데 쇼핑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여행하는 김에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하기 위해 여행하는 관광객이 다수”라는 얘기다. 프랑스 파리 명품 매장도 마찬가지다. 매출의 60%는 관광객으로부터 나온다. 중국인 명품 쇼핑의 3분의 2는 해외에서 이뤄진다.
트래블링 쇼퍼로부터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는 한국이다. 2014년 한국 면세시장 규모는 78억달러(약 8조9000억원). 중국(50억달러)보다 크다. 한국 면세시장이 이처럼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한류 덕이다. 그는 “드라마에 출연한 여배우가 바른 립스틱이 아시아 모든 국가의 면세점에서 매진됐다”며 “한국 면세시장은 문화(한류)와 결합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 환경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그는 “한국 면세점 시설이 현대적이지만 이용자가 너무 많아 전통시장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아시아 관광객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럭셔리하지 않은 매장에서 럭셔리 제품을 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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