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오만한 정치, 위험한 발상, 청년수당

입력 2016-04-24 17:58   수정 2016-04-25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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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입 오해 여지 남긴 청년수당
일자리 창출 무관한 청년복지 정책
형평성 논란 일고 국가의존 심화될 수도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서울시는 4·13 국회의원 선거 이틀 전에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제도를 전격 발표했다. 청년수당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대법원에 ‘예산안의결 무효확인 및 예산안 집행정지’ 신청이 제기된 상태다. 이처럼 분쟁 중인 사안을 투표 직전에 발표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치 개입’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크다. 서울시가 아니라 복지부가 비슷한 정책을 총선 직전에 발표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청년수당 전격 발표는 정치를 초등학교 학예회 정도로 얕보지 않는 한 보일 수 없는 정책 행태다. 유권자를 바지저고리로 여긴 오만의 극치다. 오만의 정치는 비극을 잉태하게 돼 있다.

청년수당에 대한 법적 공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작년 12월 청년수당 예산이 포함된 2016년 서울시 예산안이 의결되자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의거해 서울시에 청년수당 재의 요구를 했다. 서울시는 재의 요구야말로 ‘주민 복리에 관한 사무’를 중앙정부가 통제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지방자치 권한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맞받아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우리 헌법은 제117조에서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 복리에 관한 사무가 지방의회 조례에 의거해 시행되더라도 상위 법령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서울시가 지난 1월12일 복지부와 협의에 나서겠다며 협의 요청서를 제출한 것은 스스로 중앙정부와의 협의 절차를 어겼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서울시는 청년수당을 발표했다.

청년수당은 위험한 발상이다. 서울시는 장기 미취업자나 저소득층을 우선 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시된 정보에는 지원 자격에 사전 제한이 없다. 공공·사회 활동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사를 통과하면 지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계획서 작성에 시간과 정력을 쏟겠는가. 그 자체가 중복이고 낭비다. 자기소개서와 계획서를 작성해 주는 아르바이트가 나올 만도 하다.

청년수당은 청년이 아닌 세대를 역차별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 살지 않는 사람들 역시 역차별을 받는다. 주변에는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불우한 이웃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신체 건강하고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청년들에게 세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처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은 기본적으로 본인 몫이다. 국가가 나서서 특정 계층 또는 자신이 선발한 계층이 취업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면 이는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 권력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나서서 취업시장에서 같은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청년들 중 일부를 유리하게 할 수도 있다. 청년수당은 가장 치명적인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청년정책은 잘못 짜여 있다. 중요한 일자리 창출은 외면한 채 안전망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구직자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취업 경쟁을 불필요하게 가열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스펙 쌓기가 그래왔다. 일자리가 부족한데 취업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진 것이다.

통계청(2016년 2월)에 따르면 대학 출신 중 비경제활동인구는 240만명에 달하고, 대졸 실업자는 40만명을 넘고 있다. 3000명을 지원해서 무슨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내년에는 대선이 치러진다. 청년수당을 받은 청년들이 ‘특정 정치인 키즈’로 동원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다면 국가 예산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 게 최선이다.

복지는 복지를 낳는다. 왜 서울만인가. 왜 청년만인가. 청년을 걱정하고 보살피겠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에 천착하지 않고 청년들 손에 몇 푼 집어주는 것으로 청년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청년복지가 청년대책일 수는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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