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출고가 인하
월 가계통신비 하락 등
정부, 단통법 효과만 '선전'
보조금 상한은 '시장가격 통제'
이통3사 시장 구도 고착화 우려
경쟁 자극할 보완책 마련해야
[ 이정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24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년6개월을 맞아 4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나타난 통신시장의 관련 통계 수치들이 빼곡히 담겨져 있다. 보조금 차별을 받던 이른바 ‘호갱(호구 고객)’이 사라졌고, 상승 추세였던 월 가계통신비도 법 시행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삼성의 갤럭시 S시리즈 등 고가 스마트폰의 출고가도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단통법은 혼탁한 단말기 유통시장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 소비자 간 보조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판매하는 휴대폰의 출고가·보조금·판매가를 공시하고, 보조금 상한액(현재 33만원)을 둬 이통사 간 과열 경쟁을 막는 게 이 법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단통법은 소비자와 통신사로부터 적지 않은 불만을 사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값만 올라갔을 뿐 통신비 감소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통사들은 단통법으로 시장 경쟁이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며 보조금 상한액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상한을 두는 것은 기업 마케팅비를 억지로 묶어두겠다는 반(反)시장주의적 발상”이라며 “(보조금 지급 감소로) 회사에 돈은 쌓이지만 보조금 규제 완화 등 만일에 대비해 어차피 다른 곳에 쓰지도 못하는 돈”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이동통신시장에서 경쟁 지표로 통하는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2012년 1005만명, 2013년 990만명에서 단통법이 시행된 2014년 845만명으로 줄었고, 작년엔 677만명까지 떨어졌다. 단통법 시행 직전(2014년 1~9월) 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은 평균 73.8%였지만, 지난달에는 52.3%로 하락했다. 이처럼 경쟁이 사라진 이동통신시장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1~3위 업체의 ‘5 대 3 대 2’의 점유율 구도도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 간 경쟁 완화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면서 이들의 영업이익은 단통법 시행 이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분기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난 9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의 스마트폰 판매 부진 역시 단통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을 조금이나마 싸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페이백(pay-back) 등 불법 보조금을 주는 곳을 찾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아직 단통법을 손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조금 차별 해소와 과열 경쟁 방지 등 시장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가격 통제로 시장경쟁을 막고 있는 지금의 단통법은 시장 활력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게 돼 개정해야 한다는 게 시장경제론자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단통법 ‘자화자찬’에 급급하기보다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정호 IT과학부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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