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정부와 독립적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주가를 올리겠다며 마치 연기금이나 대형 헤지펀드처럼 증시에 뛰어들면 금융시장의 왜곡은 필연적이다. 일본에서는 주가지수가 1% 떨어질 때마다 일본은행이 ETF를 매입하며 증시에 개입해 현지 증권가에서는 ‘1%룰’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중앙은행이 ‘큰손’이 돼 증시안정펀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닛케이225지수 구성 비중이 가장 큰 유니클로(패스트리테일링)의 지분 9%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고, 내년이 되면 21%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상장회사들이 이렇게 중앙은행의 지배하에 들어간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다.
일본 중앙은행의 타락이다. 양적 완화, 마이너스 금리도 모자라 상시로 증시에 개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80조달러로 추정되는 세계적 투기자금이 세계를 돌며 각국 중앙은행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화정책을 펴도록 노골적인 압력을 넣는 징후가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이 경제살리기, 금융시장 안정 차원을 넘어 이젠 주가 부양까지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정책 변화에 따라 ETF를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되면 증시에 폭탄이 될지도 모른다. 중앙은행이 증시의 큰손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금융의 비정상이다. 중앙은행의 일탈이 점점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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