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칠 시간 있겠느냐" 발언이 금지령으로 확대 해석돼
경기 활성화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
[ 홍영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공직자 골프 문제에 대해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얼마든지 (골프를) 칠 수 있는데 여기(국내)서는 눈총(을 받을까봐) 또는 여러 가지 마음이 불편해서 전부 해외로 나간다면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골프를 칠 시간이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골프 금지령’으로 해석된 데 대해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 함의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래서 앞으로 말조심을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어 “‘한 번 골프클럽에 나가게 되면 시간이 걸리고 그날 하루가 다 소비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바쁘겠다, 그것(골프)까지 하려면’이라고 순수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모든 것이 지나치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받아들일 때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좋다 이렇게 느끼게 되지 않겠는가”라며 “그런 방향으로 됐으면 좋겠다. 내수 살리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공직자에게 골프를 금지한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 “골프를 치지 말라 한 적이 없다”면서도 “바빠서 골프 칠 시간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 발언은 공직자에게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골프산업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2월 국무회의에선 골프를 산업으로 보고 활성화 방안을 세워 보라는 주문과 함께 공무원 골프 금지령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11월 팀 핀첨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커미셔너 등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 관계자를 면담한 자리에서는 “골프는 산업적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해 공직자의 골프 금지령 해제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2013년 7월10일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실장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골프도 지난 국무회의 때 캐디들의 수입이 그렇고, 자꾸 외국만 나가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금지 해제령 전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도 불구, 공직사회에서 골프는 금기 사항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공직자에게 골프를 치라, 마라 한 적이 없지만 공직사회에서 골프 금지령이 여전해 편집·보도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명확히 교통정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자기 돈으로 치는 것은 상관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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