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가 달라지고 변화도 많은 시대에 지정제도는 옛날 그대로 손도 안 대고 가져간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라는 대통령의 언급에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들어있다. 대통령은 카카오를 적시하며 “뭘 좀 해보려는데 대기업으로 떡 지정돼 이것도 저것도 못 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 하겠나”라고도 했다. 벤처중견기업들의 ‘피터팬증후군’ 우려다. 이달 들어 공정위가 카카오 등 6곳을 신규로 지정해 총 65개 그룹이 규제받는 실상을 지적한 것이다.
1987년 처음 도입된 이래 이 제도만큼 논란을 불러일으킨 기업규제도 없다. 상호출자, 출자총액, 채무보증 등의 제한에다 유난히 강력한 공시의무도 부여됐다. 2009년 출자총액 규제는 폐지됐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신규투자를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십년 논란의 은산(銀産)분리 정책부터 최근의 일감몰아주기 과세까지 20개 법률에 담긴 35종의 규제가 자산 5조원이 되는 기업을 기다린다.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도 대기업이 되는 바람에 의결권 4% 규제를 받게 되는 희한한 정책적 오류도 이 규제 탓이다.
40년 전과 지금의 경제상황은 너무도 변했다. 다국적 대기업들과 국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우리 기업에 족쇄가 된 지 오래다. 자산 5조원으로 국제 무대에선 대기업 축에 들지도 못한다. ‘경제력 집중’도 뒤떨어진 걱정일 뿐이다. 대기업 스스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판에 ‘문어발 경영’ 비판도 이젠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런 규제를 방치한 채 기업투자를 촉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10조원으로 올린다 해도 국제적으로는 그게 그거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듯 단박에 철폐해 대기업 규제를 혁신해보자.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