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삼성SDI의 '빅배스'…1분기 영업손실만 7038억

입력 2016-04-28 17:39  

대규모 희망퇴직 위로금 6500억
자산가치 하락 5000억 털어내
'알짜' 케미칼 판 뒤 돌파구 없어



[ 정지은 기자 ]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SDI도 ‘빅배스(big bath)’를 단행했다. 빅배스란 손실을 한꺼번에 처리해 대규모 적자를 내는 것을 말한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7000억원대 손실을 반영한 만큼 올해 흑자 기조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빅배스를 통해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삼성SDI는 지난 1분기 매출 1조2907억원과 영업손실 7038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007%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7172억원에 달했다. 영업손실이 7000억원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 설립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삼성SDI는 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 자산가치 하락 반영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위로금,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들어갈 비용 등 6500억원을 장부에 반영했다. 또 2008년 보쉬와 합작해 만든 울산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구형 라인의 수율이 당초 계산한 것보다 나오지 않아 5000억원가량을 비용처리(자산손상)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한꺼번에 악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로 표현한 것”이라며 “자산손상을 털어내면 당장은 타격이 커 보이지만 이후 사업경쟁력을 높이는 데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2분기엔 대규모 흑자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롯데그룹에 넘긴 케미칼 매각대금 1조3000억원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올 한 해 흑자를 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게 삼성SDI의 설명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뚜렷한 수익원이 없어서다. 삼성SDI는 1분기에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스마트폰용 소형전지사업에서 적자를 냈다. 또 소형전지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 가격도 떨어져 수익성이 나지 않았다. 중대형전지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이렇다 할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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