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드러난 당진시의 '송전선 억지 주장'…재판부, 조목조목 반박

입력 2016-04-29 17:55  

현장에서

오형주 경제부 기자 ohj@hankyung.com



[ 오형주 기자 ] 지난 28일 대전지방법원은 충남 당진시가 한국전력의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과 국가 차원의 전력공급 사업을 볼모로 지역 현안 해결을 시도한 도(度)를 넘는 지역 이기주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일이었다.

▶본지 4월29일자 A1, 5면 참조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입수한 대전지법 판결문에서 드러난 당진시의 지역 이기주의 ‘민낯’은 생각보다 훨씬 적나라했다. 평택시와의 도(道) 경계 다툼에서 생긴 피해의식 때문인지 ‘한전이 평택 구간만 송전선로를 지중화한다는 의심이 든다’는 억지성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송전선이 암 발생을 높인다’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도 강변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당진시(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가 내세운 근거를 하나씩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재판부는 건축허가라는 행정행위의 본질상 “‘중대한 공익상 필요’ 없이 관계 법령에서 정한 사유 이외의 요건을 들어 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렇다면 관건은 당진시의 건축허가 거부 사유가 과연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해당하는지다. 당진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송전탑으로 주민 피해가 극심하고,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암 등 발생 확률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변환소 건축도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라는 공익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당진시가 제출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암을 일으킨다고 볼 근거가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당진시에 설치된 송전탑(484개)은 전국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5번째로 많은 정도고, 면적 대비 철탑 수(밀도)로 따지면 60위 정도에 그친다고도 지적했다.

법원은 당진시가 “한전이 평택을 지나는 송전선만 지중화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평택 구간은 지중화를 목적으로 일부러 인구밀집 지역을 통과하도록 배치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항변한 것 또한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한전이 평택을 지나는 송전선로만 지중화를 의도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 판결을 통해 당진시가 평택시와의 경계 설정을 놓고 생긴 불만으로 공연한 ‘몽니’를 부리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다. 법조계에선 설사 당진시가 항소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송전선 공사 지체로 발생할 막대?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당진시는 이제부터라도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오형주 경제부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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