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 한진해운 자율협약 수순…채권단, 내달 4일 결론

입력 2016-04-29 18:15  

용선료 협상 타결 전제로 공동관리 나설 듯
신보는 채권단 불참…은행들 "형평성 어긋나"



[ 김일규 / 김은정 기자 ] 지난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한진해운이 채권단 요구에 따라 용선료(선박 임차료) 인하 협상 계획을 보완해 29일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조건부 자율협약에 대한 동의 여부를 채권단에 묻기로 했다. 자율협약 개시 여부는 다음달 4일 결정된다.


산업은행은 이날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 계획을 보완해 제출함에 따라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에 대한 채권단 동의 여부를 묻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25일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자 용선료 협상 방안 등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다음달 4일 자율협약 개시에 동의하면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처럼 곧바로 해외 선주사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서야 한다. 사채권자 및 선박금융 채무재조정도 필요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과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의 일원으로서 사업기반이 유지되지 않으면 자율협약은 곧바로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騈?3개월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뒤 한진해운이 용선료 인하 협상 등에 성공하면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한진해운을 지원할 계획이다. 용선료 인하 협상에 실패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한진해운을 둘러싼 여러 여건은 좋지 않다.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에 채권단으로 참여했던 신용보증기금은 한진해운 자율협약에서는 빠지기로 이날 결정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산업은행에 “한진해운 자율협약에 참여하면 신용보증기금의 주된 역할인 중소기업 지원이 위축된다”며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신용보증기금은 대규모 회사채 만기 도래로 어려움을 겪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2013년부터 각각 1조432억원과 9389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지원했다. 보증잔액은 현대상선 4675억원, 한진해운 4305억원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자율협약에서 빠지기로 하자 나머지 채권은행은 크게 반발했다.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참여해놓고 한진해운에서만 빠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신용보증기금은 “현대상선은 지난달 29일 자율협약 개시 한 달여 전부터 용선료 인하 협상을 시작했다”며 “해외 선주를 설득하기 위해 자율협약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아직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참여 여부는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신용보증기금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와 산업은행이 신용보증기금의 한진해운 자율협약 불참에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은 현대상선과는 다르게 보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금융권은 신용보증기금이 빠져도 자율협약 개시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당장 법정관리로 가는 것보다는 자율협약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율협약 개시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일규/김은정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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